2화: 선을 넘는 시선

2화: 선을 넘는 시선

차도현은 마치 자신의 방이라도 되는 듯 의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작은 상처나 가벼운 통증을 핑계 삼아 찾아오는 그의 모습은 교도소 내 다른 죄수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도현이 의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세준은 묘한 긴장감과 불편함을 느꼈다. 그의 태도는 치료를 받으러 온 죄수의 그것과는 달랐고, 그의 눈빛은 마치 세준의 모든 반응을 관찰하려는 사람처럼 집요했다.

어느 날, 도현은 팔목에 자잘한 상처가 났다며 의무실로 찾아왔다. 세준은 그를 무심하게 앉히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상처를 소독하며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현의 시선은 한시도 세준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세준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도현: “의사 선생님은 참 무뚝뚝하시네요. 이렇게 차갑게 대하니…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세준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세준: “여긴 교도소입니다. 죄수와 불필요한 말을 섞을 이유가 없죠. 치료만 끝나면 됩니다.”

그러나 도현은 그의 단호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

도현: “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가까이서 치료해주는 건 드문 일이죠. 차갑게 말하셔도 손끝은 생각보다 따뜻한데요?”

도현의 시선이 세준의 손끝에 머물렀다. 그 시선은 다분히 의도적이었고, 그의 미소에는 알 수 없는 여유와 자신감이 섞여 있었다. 세준은 도현의 불쾌한 말에 약간의 짜증이 올라왔지만, 차분하게 대답했다.

세준: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여긴 교도소니까, 당신도 그걸 잊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세준의 경고에도 도현은 여전히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세준을 빤히 바라봤다.

도현: “그렇죠, 교도소니까…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것 아닐까요? 이렇게 차갑고 단단한 벽을 가진 사람을 보는 것도 신선하네요.”

세준은 그의 말이 불쾌하게 느껴졌지만, 그저 묵묵히 치료를 마무리하려 애썼다. 그러나 도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도현: “의사 선생님도 참 궁금해요. 이렇게 냉철하게 보이지만, 정말 그런가요? 누구나 다른 면이 있는 법이잖아요?”

세준은 그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도현의 눈빛은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세준: (한숨을 쉬며) “진료가 끝났습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은 삼가시죠.”

그러나 도현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세준의 반응을 즐기는 듯 미소 지었다.

도현: “불필요한 말이라니… 전 의사 선생님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요.”

세준은 그의 태도에 점점 불쾌감이 쌓였다. 그는 이 이상 그와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진료가 끝난 후, 세준은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며 등을 돌렸다. 하지만 도현은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한 발짝 더 다가오더니, 살짝 세준의 손끝에 닿았다. 예상치 못한 접촉에 세준은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도현: “의사 선생님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 어려운 편인가 봐요. 아니면, 나한테만 이렇게 무심한 건가요?”

도현의 손끝이 닿은 부분에서 알 수 없는 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세준은 불쾌감을 느끼며 단호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세준: “이런 불필요한 방문은 자제하시죠. 환자는 그저 치료만 받고 돌아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도현은 그의 거부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웃으며, 마치 그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현: “의사 선생님도 언젠가는 여기서 나랑… 다른 모습으로 만나게 될 수도 있겠죠?”

도현의 말은 세준의 마음속에 이상한 불편함을 남겼다. 그의 말과 행동은 일반적인 환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그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세준: (차갑게) “더 이상 제 시간과 인내를 시험하지 마세요, 도현 씨.”

그러나 도현은 그의 경고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만 지으며 의무실을 떠났다.

도현이 떠난 뒤에도, 세준은 여전히 그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세준: (혼잣말로) “다른 모습으로… 만난다고?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세준은 그의 언행을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치료를 위해 오는 것 이상으로 그가 의무실에 집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의 시선과 태도가 불쾌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남겼다.

도현의 마지막 미소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세준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3화: 감춰진 의도

3화: 감춰진 의도

차도현은 여전히 교도소의 다른 죄수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그가 중범죄 혐의로 수감된 흉악범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은 유난히 자유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