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젤의 검과 미카엘의 창이 다시 한 번 충돌했다.
전장의 공기가 뜨겁게 끓어오르며, 두 존재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방향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이 그들의 싸움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건 뭐지?"
아자젤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검은 연기가 들판의 가장자리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가 그렇게 시끄러울 이유가 있었나?"
낮고 음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자젤과 미카엘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그 자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처럼 보였고, 그 눈에는 끝없는 욕망이 서려 있었다.
미카엘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여기에 낄 자격이 없는 자다."
낯선 존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이 싸움은 이제 나도 참여해야 할 일이 되었다. 너희 둘 다 힘을 나누는 것이 어떻겠느냐?"
"힘을 나누다니?"
아자젤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대꾸했다.
"내 적은 미카엘 하나로 충분하다."
그러나 그 존재는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리석군. 이 싸움은 단순한 천사와 마왕의 결투가 아니다.
인간 세계를 파괴하려는 세력은 너희 둘만이 아니다.
네가 모르는 적들이 이미 인간들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
미카엘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그는 검은 연기를 몸에 휘감으며 말했다.
"네가 심었다는 씨앗, 그것은 네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자라날 것이다.
만약 이 세계를 지키고 싶다면, 일단은 나와 동맹을 맺어야 할 것이다."
아자젤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내가? 동맹을 맺자고? 이 얼마나 우스운 말인가."
그러나 그 존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믿든 말든, 선택은 너희에게 달렸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며 공중에 메아리치는 목소리가 남았다.
"생각해라. 이 세계의 운명은 너희 손에 달려 있다."
아자젤과 미카엘은 잠시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결국, 아자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건 재미있어지겠군. 하지만 나는 네놈과 손을 잡고 싶지 않다."
미카엘은 차갑게 대꾸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세계가 걸려 있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그들의 싸움은 멈추었지만, 새로운 적의 등장으로 인해 갈등은 더욱 복잡해졌다.
불안정한 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가운데,
그들의 다음 행동은 세계의 운명을 바꿀 열쇠가 될 것이다.
아자젤은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생각했다.
‘도대체 이 자는 누구이며,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인가?’
미카엘 또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적이 등장했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싸움이 표면적인 것에 불과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 전쟁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