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후, 지구는 다시 조용한 일상을 되찾아갔다.
거리에는 다시 활기가 돌았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의 세계가 한때 파괴될 위기에 처했었고, 빛과 어둠이 협력하여 구해냈다는 사실을.
하늘 위에서는 미카엘이 여전히 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날개는 여전히 찬란한 빛을 내뿜었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복잡한 감정을 띠고 있었다.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이제는 인간들이 스스로 걸어가야 할 길이야. 우리가 간섭할 일은 없어."
그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어둠의 흔적을 정화하듯 손을 뻗었다.
희미한 빛이 퍼져 나가며, 지구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했다.
그것을 확인한 미카엘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한편, 아자젤은 이세계로 돌아왔다. 그의 왕좌는 여전히 변함없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그는 몸을 기대며 술잔을 기울였고, 지구에서 보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결국 내가 지구를 구할 줄이야."
그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아무리 술을 마셔도, 속이 개운해지지는 않았다.
그의 주위에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여전히 공허함을 느꼈다.
"지루하군."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의 세계는 완벽한 지배 아래 있었고,
더 이상 싸울 상대도, 위협도 없었다.
그러나 지구에서는… 그곳에서는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그는 깨닫고 있었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한 부하가 들어왔다.
그의 표정은 다소 긴장되어 있었고, 손에는 문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폐하, 인간 세계에서 어떤 자가 폐하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자젤은 흥미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몸을 일으켰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그는 부하에게 문서를 건네받아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익숙한 도시의 이름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현상들에 대한 보고가 적혀 있었다.
그것이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 있는 것인지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한편, 지구에서는 평범한 청년 하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왕님, 다시 돌아올 건가요?"
그 순간, 바람이 흔들리며 낯선 기운이 공기 중에 감돌았다.
그는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무언가가 다시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도시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균형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둠과 빛, 희망과 절망은 언제나 공존하며, 균형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