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깨진 일상, 그리고 다가오는 혼돈

10화: 깨진 일상, 그리고 다가오는 혼돈

꽃집이 다시 평온을 되찾은 듯했지만, 수현은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벨라토르와의 대치 이후 그녀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자신이 악마들 사이에서 어떤 존재인지, 왜 악마들이 그녀를 노리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걸 깨닫기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날, 꽃집을 방문한 첫 손님은 낯선 여성이었다.

여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꽃다발을 집어 들었다.

"이 꽃… 정말 예쁘네요."

수현은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미를 좋아하시나 봐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특히 붉은 장미는 오래전부터 제게 의미 있는 꽃이었어요."

그 말에 수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의 손목 문양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 느낌은…?’

수현은 순간 경계심을 품었다.

그러나 여성은 태연하게 꽃다발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수현 씨 맞으시죠?"

그녀는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그런데… 저를 아세요?"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는 묘한 위압감이 있었다.

"아뇨, 전혀 몰랐어요. 다만 당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소문을 들었죠. 악마왕의 신부라고."

순간, 수현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당신은 누구죠?"

여성은 꽃다발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난 그냥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야. 하지만 곧 많은 이들이 너를 찾아올 거야. 너의 힘을 시험하려고 말이지."

수현은 손끝이 떨리는 걸 느꼈다.

‘또 악마야…’

여성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속삭이듯 말했다.

"조심해. 너의 힘이 곧 세상을 뒤흔들 테니까."


여성이 떠난 후, 수현은 떨리는 손을 쥐고 가게 문을 잠갔다.

그녀의 마음속엔 불길한 예감이 자리 잡았다.

그때, 허공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널 알아본 것 같다."

수현은 고개를 돌렸다.

루시안이 허공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그 여자가 누구죠? 또 다른 악마인가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는 악마 중에서도 오래된 자들 중 하나다. 아마 너의 힘을 시험하러 온 것일 거야."

수현은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악마들이 나를 노리는 거예요?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루시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가 악마왕의 신부가 되었다는 건 곧 두 가지 운명을 의미한다. 첫째, 네가 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 둘째, 네가 내 힘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

수현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내가 당신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요?"

루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안에 있는 생명의 힘은 모든 걸 꽃피울 수도 있지만, 모든 걸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어."

수현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손목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이 문양이 상징하는 건 단순한 계약의 증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힘이 점점 깨어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날 밤, 수현은 꽃집 안에서 홀로 앉아 손목의 문양을 쓰다듬었다.

그때 문득 거울 속에서 루시안이 다시 나타났다.

"너는 두려워하고 있군."

수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두려운 게 아니라 혼란스러워요. 제가 정말 이 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루시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도 강함의 일부다. 하지만 이제 네가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선택이라니요?"

루시안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네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네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수현은 거울 속 그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어… 내가 선택해야 해.’

그리고 그 순간, 손목의 문양이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11화: 힘의 대가

11화: 힘의 대가

밤은 깊었고, 꽃집 안은 고요했다. 그러나 수현의 마음속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손목에 새겨진 붉은 문양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