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마음을 열어라

12화: 마음을 열어라

수현은 벨라토르가 떠난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었다.

방금 전 그가 남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네가 루시안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나도 지켜보겠다.’

그 말은 경고 같으면서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악마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

수현은 무거운 생각을 안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서 여전히 루시안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직도 그 자의 말을 생각하고 있지?”

루시안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벨라토르가 한 말이 신경 쓰여서요.”

수현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당신의 마음을 얻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왜 그게 이렇게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루시안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걸 왜 알고 싶지?”

“제 영혼이 걸린 일이니까요. 제 운명이 이 계약에 달려 있잖아요.”

루시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렇다면 네가 알고 싶어 하는 걸 조금 알려주지.”

그는 손을 뻗어 허공에서 장미 한 송이를 피워냈다.

검은 장미였다. 그러나 그 장미는 조금씩 색이 변하며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 장미처럼, 악마의 마음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는 장미를 수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악마의 마음은 인간의 마음과는 달라.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계약, 운명, 그리고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하지.”

수현은 장미를 받아 들고 조용히 물었다.

“그럼… 제가 당신의 마음을 얻으려면 뭘 해야 하죠?”

루시안은 고개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너는 나를 이해해야 한다.”

“이해요?”

“그래. 악마로서의 나를, 그리고 내가 왜 너를 선택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수현은 그의 말에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당신은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죠?”

루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거울 속에서 나와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조금씩 알려주지.”

그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 깊은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나를 따르라.”


루시안의 손을 잡은 수현은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바뀌는 걸 느꼈다.

그녀는 꽃집이 아닌,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검고 깊은 안개가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발밑에는 붉은 장미꽃들이 피어 있었다.

“여긴 어디죠?”

루시안은 주변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곳은 지옥과 인간계 사이의 경계다. 나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지.”

수현은 불안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날 여기에 데려온 거예요?”

루시안은 장미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장미들이 보이지? 이 꽃들은 나의 기억과 감정을 상징한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장미들을 쓰다듬었다.

“악마도 기억을 갖고 있다. 감정도 가지고 있지.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수현은 그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루시안은 잠시 멈춰 섰다. 그의 눈동자가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났다.

“오래전, 나도 인간을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

수현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사랑이요?”

“그래. 하지만 그 사랑은 결국 나를 배신으로 이끌었다.”

루시안의 목소리에는 슬픔과 고통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나를 두려워하게 되었지.”

수현은 그의 옆에 다가서서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 거예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 마음을 얻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너는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본모습을 이해해야 한다.”

수현은 그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내가 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면, 먼저 그의 상처를 알아야 해.’


그때, 어둠 속에서 낮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루시안… 또다시 너를 배신할 자가 나타났다…”

수현은 소름이 돋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죠? 누가 속삭이는 거예요?”

루시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건 나의 과거다. 나를 배신한 이들이 남긴 저주.”

수현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당신이 이제 더 이상 혼자 두려움에 갇히지 않도록, 내가 당신과 함께할게요.”

루시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네.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의 마음을 얻어내겠어요.”


13화: 두 마음의 거리

13화: 두 마음의 거리

수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마음을 얻어내겠어요." 루시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마왕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서 이런 말을 들으리라곤 생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