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악마왕의 제안

4화: 악마왕의 제안

다음 날 아침, 수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손목의 붉은 문양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선명한 그 문양은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진짜 계약을 맺어버린 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아침 햇살이 비치는 창가로 다가가자, 꽃병 속의 장미가 다시 만개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미꽃의 색이 평소와 달랐다.

“검은색 장미?”

수현은 꽃을 꺼내어 살펴보았다. 꽃잎은 마치 벨벳처럼 검고, 그 안에는 붉은 빛이 은은하게 감돌고 있었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 순간, 그녀의 등 뒤에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불렀나?”

수현이 화들짝 놀라 돌아보자, 루시안이 방 안에 서 있었다. 여전히 검은 코트를 입고 차가운 눈빛을 띤 채였다.

“어떻게… 여기로 들어온 거예요?”

“난 언제든 네 곁에 나타날 수 있다고 했지. 계약을 맺었으니까.”

그는 방 안을 둘러보며 익숙하다는 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제 네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아. 네 안에 있는 힘을 각성하기 시작할 테니까.”

수현은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이용하려는 거죠? 내 능력이 필요해서…”

루시안은 잠시 침묵하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다. 난 너의 힘이 필요하다.”

수현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정직하네요.”

“하지만 너도 나를 이용할 수 있다.”

루시안이 손가락을 튕기자 방 안의 공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창문이 열리고, 거센 바람이 불어오더니 꽃잎들이 허공에 흩날렸다.

“너는 이제 단순한 인간이 아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룰 수 있어.”

꽃잎이 수현의 주변을 감돌며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났다. 그 장면은 마치 마법 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

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항상 평범하게 살기를 바랐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그녀의 결심을 들은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에게 첫 번째 시험을 주겠다.”

“시험이요?”

루시안은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네 힘을 제대로 깨우기 위해선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는 손을 뻗어 허공에 검은 장미 한 송이를 피워냈다.

“이 장미를 가지고, 가장 두려운 상대와 마주하라.”

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죠?”

루시안은 수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네 힘을 완전히 가질 수 있어.”

수현은 장미를 받아들고 단단히 주먹을 쥐었다.

“알겠어요. 내가 뭘 두려워하는지 확인해볼게요.”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날 오후, 수현은 오래된 기억이 떠올라 부모님의 묘지를 찾았다.

“엄마… 아빠…”

그녀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홀로 살아온 시간들이 떠올랐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혼자가 되는 거야.’

그 순간, 묘지 주변의 공기가 차갑게 변하기 시작했다.

“수현아…”

낯익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엄마?”

수현은 고개를 들었고, 묘비 앞에 낯익은 실루엣이 서 있는 걸 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점점 흐릿해지고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니야… 당신은 엄마가 아니야.”

수현은 떨리는 손으로 검은 장미를 꺼내 들었다.

“이건 환상일 뿐이야. 내가 두려움을 떨쳐내야 해.”

그녀가 장미를 꽉 쥐자, 검은 꽃잎이 빛을 내며 주변의 환영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루시안.

“잘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너는 생각보다 빠르게 힘을 깨닫고 있어.”

수현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게… 당신이 말한 시험이에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더 큰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5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5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수현은 무릎을 꿇고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검은 장미가 쥐어져 있었고, 그 꽃잎은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