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악마들의 방문

6화: 악마들의 방문

밤이 깊어가던 꽃집.

수현은 가게 문을 닫고 홀로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거리에 고요함만이 가득했고, 가게 안에는 은은한 꽃향기와 조명 불빛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한시도 편할 수 없었다.

‘악마들이 나를 노린다…’

루시안의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현은 손목의 문양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붉게 빛나는 장미 문양은 그녀가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며 작은 종이 울렸다.

“어?”

수현은 깜짝 놀라 문을 바라보았다. 이미 문을 잠갔는데도 누군가 들어온 것이다.

“문 닫았습니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대신 검은 그림자 같은 실루엣이 문 틈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왔다.

수현은 경계심에 두 손을 꽉 쥐었다.

“누구세요?”

그림자 속에서 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비현실적으로 잘생겼지만, 그들의 눈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포식자가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수현… 맞지?”

앞서 있던 남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눈은 검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린 네가 궁금해서 왔다.”

수현은 뒷걸음질을 치며 대답했다.

“저를요? 왜요?”

뒤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낮게 웃었다.

“너는 악마왕의 신부가 되었지. 그렇다면 네 안에 깨어나고 있는 힘도 우리 몫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수현은 숨을 삼켰다.

“당신들도… 악마군요.”

앞서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악마왕을 따르던 자들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 힘을 네게서 빼앗아 우리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수현의 심장이 요동쳤다.

‘이게 루시안이 말한 시험이구나… 내가 싸우지 않으면,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하지만 두려움이 그녀의 몸을 옥죄었다.

“내가… 당신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그 순간, 손목의 문양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문양에서 붉은 빛이 퍼져 나와 방 안을 감싸더니, 허공에 장미꽃잎들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을 내지 마라, 수현.”

수현이 고개를 들자, 루시안이 나타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차분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이건 네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싸움이다.”

수현은 루시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하지만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어떻게 싸워야 할지…”

루시안은 그녀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손목의 문양을 쓸어내렸다.

“네 안에 이미 힘이 있다. 그것을 깨워라.”

“깨우라고요?”

루시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을 떠올려라. 그것이 곧 네 힘이 될 것이다.”

수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손목의 문양에 집중했다.

그리고 눈을 감자, 그녀의 머릿속에 꽃들이 피어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장미, 백합, 수선화… 그녀가 가꿔온 모든 꽃들이 강렬한 빛을 내며 피어났다.

그 순간, 그녀의 손끝에서 붉은 장미가 피어났다.

“이게…”

루시안이 조용히 말했다.

“네 힘이다. 꽃을 통해 네 의지를 드러내라.”

수현은 손에 피어난 장미를 악마들에게 겨누었다.

“나를 건드리지 마.”

악마들은 흥미로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호… 네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럼 어디 한번 제대로 싸워볼까?”

하지만 그들이 다가오려는 순간, 장미에서 붉은 가시가 튀어나와 그들을 가로막았다.

“으윽!”

가시는 그들의 팔과 다리를 찔렀고, 악마들은 당황한 듯 물러섰다.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 있지?”

수현은 눈을 뜨고 힘을 주며 말했다.

“내 힘을 빼앗으러 왔다면, 다시 생각하는 게 좋을 거예요.”

루시안은 흐뭇한 표정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잘했다. 이제 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현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았다.

“당신들… 돌아가요.”

악마들은 이를 갈며 말했다.

“이걸로 끝난 줄 알지 마라. 곧 더 강한 자들이 너를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보자고.”

그들은 그렇게 경고를 남기고 사라졌다.

수현은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목의 문양이 다시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끝난 건가요…?”

루시안은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아니.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현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럼 앞으로도… 싸워야 하겠네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네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어떤 적도 너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수현은 결심을 굳히며 입술을 깨물었다.

‘악마왕의 신부가 된 이상, 나는 더 이상 평범한 꽃집 주인이 아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겠어.’

7화: 악마왕의 진짜 목적

7화: 악마왕의 진짜 목적

꽃집이 고요함을 되찾은 밤. 수현은 여전히 손목의 문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악마들과 싸웠고, 자신에게 깨어난 힘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