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악마왕의 진짜 목적

7화: 악마왕의 진짜 목적

꽃집이 고요함을 되찾은 밤.

수현은 여전히 손목의 문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악마들과 싸웠고, 자신에게 깨어난 힘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불안과 의문이 가득했다.

‘이게 정말 끝난 걸까? 앞으로 더 많은 악마들이 날 노릴 텐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왜 그렇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

수현은 고개를 돌렸다.

루시안이 꽃집 한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언제나처럼 검은 코트 차림의 그가, 마치 그림자처럼 조용히 나타난 것이다.

“당신… 자주 나타나는군요.”

수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이 상황이 다 당신 때문이잖아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죠?”

루시안은 천천히 걸어와 그녀 앞에 섰다.

“왜냐면, 너는 나와 얽힌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운명이라니… 그런 말로 다 설명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루시안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내가 좀 더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는 수현과 눈을 마주치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너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야. 네 안에 잠들어 있는 힘은 아주 오래된 것, 나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특별한 힘이다.”

“내 힘이… 그렇게 대단하다고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힘은 오래전부터 전설로 전해져 내려왔지.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생명의 힘.’ 너는 그 힘을 이어받은 마지막 후계자다.”

수현은 충격을 받은 듯 입을 열지 못했다.

‘생명의 힘…?’

루시안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의 힘은 두 가지로 나뉜다. 모든 생명을 꽃피우고 지키는 쪽과, 모든 것을 파괴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쪽.”

수현은 그의 말을 듣고 몸이 굳어졌다.

“그럼… 내가 잘못 쓰면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루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래서 너를 지켜야 한다. 너의 힘을 노리는 자들은 네가 가진 파괴적인 힘을 이용해 세상을 어둠에 빠뜨리려 할 것이다.”

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날 찾은 거죠? 정말 날 지켜주려는 건가요?”

루시안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건…”

그의 눈빛이 한층 어두워졌다.

“나 또한 너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현은 한 걸음 물러서며 그를 노려보았다.

“결국 당신도 나를 이용하려는 거였군요.”

루시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 난 단지 선택을 강요받았을 뿐이다.”

“선택을 강요받았다고요?”

그는 눈을 감고 잠시 침묵했다가, 낮게 속삭였다.

“악마왕의 자리도 영원하지 않다. 지옥에서도 힘을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지. 나 역시 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너의 힘이 필요하다.”

수현은 그의 고백에 어쩐지 슬픔이 묻어 있는 것을 느꼈다.

‘그도 강요받은 선택을 했을 뿐인가…’

하지만 그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럼 내가 당신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건 뭐죠? 당신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죠?”

루시안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졌다.

“내 마음을 얻지 못하면, 너의 영혼은 나에게 속하게 된다. 그게 계약의 대가다.”

수현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내 영혼을 빼앗으려는 거였어요?”

“하지만 너는 그럴 일 없을 거다.”

루시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난 이미 너에게 흥미를 느꼈으니까.”

그의 시선이 수현을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수현. 넌 단순히 힘을 가진 신부가 아니다. 넌 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수현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물었다.

“…그 말은 무슨 뜻이에요?”

루시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무거운 운명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 네가 나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선택하게 될 거야.”

수현은 손을 뿌리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내가… 이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순간, 꽃집 바깥에서 강렬한 바람이 불며 창문을 흔들었다.

루시안이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또 다른 악마들이 오고 있다. 이번엔 네 힘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몰라.”

수현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싸울 거예요.”

루시안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가 나의 신부답게 점점 강해지고 있군.”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이제부터 네가 날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

8화: 또 다른 악마의 등장

8화: 또 다른 악마의 등장

꽃집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졌다. 수현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씩 깜빡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또 악마들이 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