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또 다른 악마의 등장

8화: 또 다른 악마의 등장

꽃집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졌다.

수현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씩 깜빡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또 악마들이 온다는 거겠지.’

손목의 문양이 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현은 그것이 경고라는 걸 직감했다.

“이번엔 어떤 악마가 오는 거죠?”

루시안은 창가에 기대어 차분하게 말했다.

“이번에 오는 자는 네가 상대하기 어려운 자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상대라니?”

루시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나와 오래전부터 얽힌 자다. 한때 나를 따르던 자였지만, 지금은 나를 배신하고 내 자리를 노리는 자지.”

수현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 자가 왜 날 노리는 거예요?”

“간단해. 너를 빼앗으면 곧 나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수현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결국 이 모든 게 루시안과 얽혀 있는 문제인 거잖아. 하지만 난 이미 이 계약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싸워야 해.’

그때였다.

꽃집 문이 거세게 흔들렸다.

쾅!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찬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한 남자가 들어섰다.

그 남자는 루시안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잘생겼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의 머리카락은 은빛으로 빛났고, 눈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검은 망토가 바닥까지 늘어져 그를 감싸고 있었다.

“이곳에 있었군, 루시안.”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게 울렸다.

루시안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다, 벨라토르.”

수현은 남자의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벨라토르?”

벨라토르는 수현에게 눈길을 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난 벨라토르. 한때 루시안을 따르던 자였지.”

그는 수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넌… 악마왕의 신부인가?”

수현은 벨라토르의 시선에 몸이 굳어졌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것처럼 날카로웠다.

“네가 루시안과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벨라토르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네 영혼은 결국 그의 것이 된다. 넌 그 조건을 알고도 계약을 맺었나?”

수현은 주먹을 꽉 쥐고 대답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난 그 운명을 바꿀 거예요.”

벨라토르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지었다.

“좋아. 그럼 내가 너를 시험해 보겠다.”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허공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 속에서 가시로 뒤덮인 덩굴이 뻗어나와 수현을 향해 다가왔다.

루시안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벨라토르, 그녀를 건드리지 마라.”

벨라토르는 루시안을 흘겨보며 말했다.

“네가 그녀를 보호한다고? 그럼 내가 더 흥미가 생기는군.”

그는 손을 뻗어 덩굴을 더 길게 뻗어냈다. 가시 덩굴이 땅을 찌르며 수현을 포위했다.

수현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두려워하지 말자… 난 이미 힘을 가졌어.’

그녀의 손목 문양이 빛나면서 손끝에 붉은 장미가 피어났다.

“내가 스스로 싸우겠어요.”

수현은 손에 장미를 쥐고 덩굴을 향해 휘둘렀다. 장미에서 뻗어나온 붉은 가시들이 벨라토르의 덩굴을 찢어냈다.

벨라토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이건… 생각보다 강하군.”

루시안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벨라토르, 그녀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녀는 나의 신부이자, 이 계약의 진정한 힘을 가진 자다.”

벨라토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미로워. 그럼 난 여기서 물러나지.”

그는 허공에 검은 안개를 남기며 몸을 천천히 사라지게 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땐 네가 더 강해져 있길 바란다, 신부.”

그가 사라진 후, 수현은 긴장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루시안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잘했다.”

수현은 그의 손을 잡고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직… 무서워요.”

루시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 두려움이 너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수현은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두려움을 이겨내야 해. 더 강해져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어.’

9화: 새로운 위협의 서막

9화: 새로운 위협의 서막

수현은 창문을 통해 멀어져가는 검은 안개를 바라보며 여전히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벨라토르라는 악마의 등장은 그녀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