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의 하루는 이제 H로 시작해 H로 끝났다.
출근길에는 그의 무대를 감상하며 힘을 얻었고,
점심시간에는 팬카페에 올라온 사진과 글을 읽으며 즐거워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H의 직캠을 정주행하며
피곤한 하루를 위로받았다. 덕질이 그녀의 일상을 가득 채운 것이다.
H는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음악과 무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보컬 트레이닝을 하고,
퍼포먼스를 위해 새벽까지 연습실에 남아 있곤 했다.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그의 태도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에게도 존경을 받을 정도였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단순한 인기와 명성이 아니라,
팬들에게 최고의 순간을 선물하는 사명으로 여겼다.
MBTI는 ISTP, 분석적이고 냉철한 성격이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은근한 다정함을 보이는 타입.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까지 능통해 해외 팬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었다.
본명 한지후, 25세.
5인조 그룹 'VORTEX'의 메인 보컬이자 무대 위의 천재라 불리는 남자.
키 183cm에 탄탄한 피지컬,
깊이 있는 눈빛과 수줍은 미소 하나로 팬들을 설레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였다.
실력 하나로 정점을 찍은 그는 데뷔 5년 차임에도 변함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하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팬들을 향한 다정함과 유쾌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 언제나 팬들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묻어났고,
그는 팬들이 보내준 응원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으며
힘을 얻는다고 자주 이야기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팬레터를 직접 확인하고,
종종 팬들에게 답장을 보내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H는 팬들을 단순한 지지자가 아니라,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로 생각했다.
그 모습이 더욱 팬심을 자극했다.
덕질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식 팬카페에 가입하는 것이었다.
가입 심사를 거쳐야 하는 엄격한 팬카페였지만,
그녀는 정성스럽게 신청서를 작성하며 가입을 신청했다.
하루 뒤, 승인 메시지가 도착했고,
그 순간 그녀는 마치 새로운 세상에 입성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팬카페에는 H의 새로운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왔고,
팬들의 분석글과 사랑 가득한 응원 글이 넘쳐났다.
민주는 처음엔 조용히 눈팅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도 댓글을 남기고 다른 팬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팬들은 H의 스타일, 무대 매너,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깊이 분석하며
그를 사랑하는 이유를 공유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녀는 점점 더 덕질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팬카페를 둘러보며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각종 굿즈 인증 사진들이었다.
포토카드, 앨범, 슬로건, 인형까지…
다양한 굿즈들이 팬들의 책상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민주는 그동안 덕질을 하면서도 굿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점점 마음이 흔들렸다.
‘나도 하나쯤은 사볼까?’
그렇게 첫 굿즈를 주문했다.
H의 얼굴이 담긴 포토카드와 포스터가 담긴 패키지였다.
며칠 뒤, 택배를 받은 순간, 그녀는 덕질이 한 단계 더 깊어진 것을 실감했다.
박스를 개봉하는 순간부터 설렘이 밀려왔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H의 얼굴이 담긴 카드와 포스터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보물이 된 듯했다.
어느 날, 팬카페에서 H의 팬사인회 공지가 올라왔다.
선착순이 아닌, 랜덤 추첨 방식.
많은 팬들이 신청하겠지만, 민주는 큰 기대 없이 응모했다.
그리고 며칠 후, 도착한 당첨 메시지.
[축하합니다! H 팬사인회 당첨]
그녀는 눈을 의심했다.
수천 명 아니 수만 명이 신청하는 팬사인회에서 당첨될 확률은 극히 낮은데,
그녀가 그 행운을 거머쥔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H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팬사인회를 준비하는 며칠 동안, 민주는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서 여러 번 인사를 연습하고,
H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작은 노트에 정리하기도 했다.
“항상 응원해요” 같은 단순한 문장도 수십 번을 다시 생각하며
가장 좋은 표현을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설레는 마음으로 팬사인회 당일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