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는 요즘 들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연예인으로서 그는 항상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지만,
최근 들어 특히 예민해졌다.
이유는 단 하나, 민주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그들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감정은 깊어졌지만,
동시에 위험도 커졌다.
이제는 팬들도 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기 시작했고,
언론도 예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H는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민주는 그런 H의 변화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느꼈다.
이전처럼 자주 연락이 오지 않았고, 만남도 점점 줄어들었다.
혹여나 자신들에 대한 의심이 커질까 봐 H는 더욱 조심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에게 상처로 남았다.
"내가 부담이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수록 그녀는 점점 위축되었다.
H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고, 민주도 그걸 이해했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팬들 사이에서 H의 연애설이 돌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시선이 자주 머무는 특정한 장소,
팬사인회에서의 행동 등을 근거로 그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졌다.
"H가 팬사인회에서 특정한 사람을 계속 찾는 것 같지 않아?"
"최근 무대에서 같은 방향을 자주 본다는 분석 영상도 올라왔던데?"
팬들은 H의 행동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그의 연애설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결국 소속사는 이를 해명하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H의 연애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팬들과의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민주는 더욱 위축되었다.
이제는 자신이 H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아닐까 두려웠다.
H는 그녀를 위해 거리를 두려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녀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H 또한 괴로웠다.
무대 위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백스테이지에서 그는 지쳐 있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민주에게
거리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주가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잠깐 볼 수 있을까요?"
H였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그가 먼저 보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녀는 주저했지만, 결국 답장을 보냈다.
"네. 어디서 볼까요?"
H는 인적이 드문 곳을 골랐다.
늦은 밤, 한적한 공원 벤치에서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H는 평소보다도 지쳐 보였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요. 요즘 연락도 자주 못 하고, 멀어지는 것 같아서."
민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저도 이해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저도 좀 힘들었어요."
H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힘들어요. 그런데 더 힘든 건… 당신이 상처받는 걸 보는 거예요."
그의 진심이 담긴 말에 민주도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계속 이렇게 조심하면서 만날 수 있을까요?"
H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지킬게요. 어떤 일이 있어도."
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
이미 둘을 둘러싼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그날 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H가 최근 팬들과의 소통이 줄어든 이유, 혹시 연애 때문?"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팬들 사이에서는 점점 확신이 퍼져 나갔다.
"요즘 H가 뭔가 달라. 팬들에게 눈 맞추는 것도 줄었고,
무대에서도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아."
"혹시 연애하는 거면, 너무 실망일 것 같아.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잖아."
팬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믿고 싶지 않다는 반응과, 만약 사실이라면 실망이라는 반응이 뒤섞였다.
H의 모든 행동이 분석되었고,
심지어 과거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까지 다시금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제 둘의 관계는 더 이상 조용히 유지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