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운명을 바꾼 사랑

10화: 운명을 바꾼 사랑

전장은 혼돈으로 가득했다. 밤하늘에는 불길이 번지고,

대지는 피와 쇳소리로 물들었다.

황제의 군대는 늑대 부족의 영역을 불태우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창과 검이 부딪히며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두려운 존재가 있었다.

칠흑 같은 거대한 늑대— 루시안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전장을 휩쓸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대지가 울렸고, 그의 날카로운 발톱이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몸을 날려 적들을 덮쳤다.

제국의 기사들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쳤다.

“저건… 괴물이다…!”

그러나 황제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는 단지 짐승일 뿐이다! 성녀를 확보하라!”

엘레나는 황제의 명령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를 잡아 늑대 부족을 무너뜨리려는 의도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칼자루를 쥐었다.

이제 더 이상 숨거나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인간도, 성녀도 아니야.”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나는… 네 짝이야.”

그녀는 루시안을 향해 달려오는 기사들을 막아섰다.

황제의 병사들은 그녀가 검을 쥐고 맞서자 당황한 눈빛을 보냈다.

“비켜라! 성녀는 우리 제국의 것이다!”

엘레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이제 제국의 성녀가 아니야.”

그 순간, 기사 하나가 창을 휘둘렀다.

그러나 날카로운 검격이 번쩍이며 그것을 막아냈다. 루시안이었다.

그는 엘레나를 보호하듯 앞에 섰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전장 전체를 울렸다.

“그녀를 건드리는 순간, 모두 죽을 것이다.”

황제는 말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네가 진짜 짐승이 되었군. 하지만 기억해라, 루시안.

짐승은 결코 왕이 될 수 없다.”

그러자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명령을 내렸다.

“불화살을 쏴라!”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루시안은 엘레나를 감싸 안으며 몸을 돌렸다.

뜨거운 열기가 그의 털을 스쳤고, 몇몇 화살이 그의 몸에 박혔다.

그러나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다시 한 번 타올랐다.

“황제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지.”

루시안이 거대한 앞발을 내디디며 황제의 군대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루시안이 휘두른 발톱에 갑옷이 찢어지고,

그의 이빨이 적들의 무기를 부러뜨렸다. 그는 빠르고 강력했다.

단순한 짐승이 아닌, 진정한 왕이었다.

엘레나는 루시안을 돕기 위해 병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칼이 빛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자, 병사들이 쓰러졌다.

늑대 부족의 전사들도 그녀를 따라 함께 싸웠다.

황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그때, 루시안이 황제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커다란 발이 땅을 짓이기며 뛰어올랐다.

황제가 칼을 뽑아 방어하려 했지만, 루시안은 그보다 빨랐다.

그의 거대한 몸이 황제의 말을 덮쳤고, 황제는 땅으로 떨어졌다.

루시안이 그의 위에 서서 으르렁거렸다.

황제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날 죽이면, 넌 더 이상 왕이 아니다. 네 짐승 친구들은 복수를 당할 것이다.”

루시안은 그의 목덜미를 물 듯 다가갔지만,

결국 이빨을 거두었다. 대신 그는 낮게 말했다.

“네 군대는 이미 패배했다.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황제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자,

그의 군대는 이미 붕괴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분노에 찬 얼굴로 말했다.

“좋다.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다.”

그는 후퇴를 명령했고, 제국의 군대는 무너진 채로 도망쳤다.

전장은 조용해졌다.

루시안은 천천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지만,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강렬하게 빛났다.

엘레나는 다가가 그의 얼굴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넌 이제 늑대 부족의 왕이야.”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넌 내 여왕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어디든 함께 갈게. 사실 달이 아니라, 내가 너를 선택한 거야.”

그 순간, 밤하늘에 뜬 달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그리고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숲을 가득 메웠다.

"달이 선택한 연인"" 에피소드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