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황궁으로 가는 길

4화: 황궁으로 가는 길

엘레나는 자신이 성녀라는 말에 당황했다.

성녀라니, 그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그녀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단호했다.

“황제 폐하께서 너를 부르셨다. 성녀의 증표를 지닌 자는 반드시 황궁으로 가야 한다.”

그녀는 손목을 감쌌다.

희미하게 빛나는 달의 문양이 그녀를 배신하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정말 성녀였던 거야?”

“황제가 직접 부르다니… 이건 영광이야!”

하지만 엘레나는 이 상황이 결코 영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황궁으로 가야 한다니… 그곳은 그녀와는 너무도 다른 세계였다.

그때, 병사 중 한 명이 나직이 말했다.

“황궁에 가면 부모님의 빚을 모두 갚아주겠다.

네가 성녀라면, 제국의 보호 아래 살아갈 수 있다.”

그 말에 엘레나는 움찔했다.

그녀가 힘겹게 버텨온 이유 중 하나가 부모님이 남긴 빚 때문이었다.

그 빚 때문에 그녀는 늘 마을에서 소외되었고,

자유롭지 못했다. 황궁에 간다면… 그 빚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녀가 흔들리는 순간,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어디도 가지 않아.”

루시안이었다.

그는 병사들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붉은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병사들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늑대놈, 황제의 명을 거스를 생각인가?”

루시안은 비웃음을 흘렸다.

“황제가 정한 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 바로 운명이지.”

그는 엘레나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내 곁에 있어.”

엘레나는 숨을 삼켰다.

루시안과 함께한다면, 이 세계와 완전히 단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내 선택이야.”

그녀는 루시안이 아닌 병사들에게 다가섰다.

루시안의 표정이 단숨에 차가워졌다.

“넌 후회하게 될 거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지만,

어딘가 아픈 울림이 서려 있었다.

엘레나는 그를 외면하며 병사들과 함께 황궁으로 향했다.

황궁으로 향하는 길은 생각보다 순탄했다.

병사들은 그녀를 둘러싸 보호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엘레나는 복잡한 감정을 억눌렀다.

말발굽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고, 달빛이 희미하게 숲을 비추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옳은 선택을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황궁은 어떤 곳일까? 그곳에서 정말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감옥이 될 것인가?

병사 중 한 명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후회하십니까?”

엘레나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병사의 표정은 온화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어둠이 내려앉은 숲길 한복판에서,

검은 늑대 무리들이 나타났다.

붉은 눈동자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늑대다! 방어를 준비하라!”

병사들이 서둘러 검을 빼들었다.

하지만 늑대들은 단순한 야수가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날렵했고, 무엇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엘레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늑대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대열을 유지하라!”

병사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늑대들은 순식간에 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숲속 어둠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루시안이었다.

그는 검은 늑대들 사이를 휘저으며 나타났다.

붉은 눈이 매섭게 빛났다.

“어디도 가지 마.”

그는 한 마디를 던지고 늑대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엘레나는 숨을 삼켰다.

그의 움직임은 야수 그 자체였다.

날카로운 손길이 늑대들을 제압했고, 병사들과의 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깨달았다.

루시안은 그녀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단순히 운명 때문이 아니라, 그의 의지로.

그러나 이 싸움의 끝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5화: 어둠 속의 그림자

5화: 어둠 속의 그림자

숲속의 전투는 아수라장이었다. 늑대들은 날렵하게 움직이며 병사들을 위협했고,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방어하며 필사적으로 반격했다. 엘레나는 혼란 속에서 몸을 움츠린 채

"달이 선택한 연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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