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선택의 시간

7화: 선택의 시간

궁정 회의가 끝난 후, 엘레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황제의 말이 사실이라면,

루시안과 늑대 부족은 제국에 반기를 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 루시안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를 위협하기보다, 보호하려 했던 존재였다.

그날 저녁, 황제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넓은 대전에서, 그는 위엄 있는 자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성녀로서 늑대 부족을 배신한다면, 넌 안전할 것이다.”

엘레나는 손끝을 움켜쥐었다.

황제의 말은 달콤한 유혹 같았다.

늑대 부족을 배신하면, 그녀는 이 궁정에서 보호받으며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는 루시안을 배신해야만 했다.

그를… 배신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요동쳤다.

루시안의 붉은 눈이 떠올랐다.

그 눈동자는 언제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 속에서도, 분노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변함없이 그녀를 향해 있었다.

‘나는… 루시안을 배신할 수 없어.’

하지만 그녀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황제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시간을 주겠다. 신중히 생각해라. 네가 우리를 택한다면, 우리는 너를 보호할 것이다.”

엘레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날 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황궁의 정원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도, 그녀는 불길한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황제의 말과 루시안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네가 성녀로서 늑대 부족을 배신한다면, 넌 안전할 것이다.’

‘이곳에 남으면 넌 황제의 꼭두각시가 될 거야.’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일까? 그녀는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엘레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깜짝 놀라 창을 열었다. 그곳에, 루시안이 서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네가 돌아오지 않겠다면,”

루시안은 낮게 속삭였다.

“내가 너를 데려가겠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애절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이곳에 남으면 넌 황제의 꼭두각시가 될 거야.”

루시안이 다시 말했다.

“네가 정말 원하는 게 이거야?”

엘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넌? 네가 원하는 건 뭐야?”

루시안은 한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네가 내 곁에 있길 원해.”

그의 목소리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루시안의 존재는 너무도 강렬했다.

그러나 황제를 배신하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결단이었다.

“네가 원하는 게 나와 함께 떠나는 거라면, 이유를 말해줘.”

그녀는 간절하게 물었다. “나는 선택을 내려야 해.”

루시안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너는 단순한 성녀가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강했다.

“네가 가진 힘은 제국도 늑대 부족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야.

그리고 황제는 그 힘을 이용하려 하고 있어.”

엘레나는 숨을 삼켰다.

그녀가 가진 힘… 그것이 단순히 성녀의 증표가 아니라는 것일까?

황제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걸까?

그때, 멀리서 경비병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루시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시간이 없어.”

그가 낮게 속삭였다.

“지금 나와 함께 가야 해.”

엘레나는 마지막으로 황궁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그녀는 안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삶일까?

그녀는 손을 뻗었다가 망설였다.

루시안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선택이 네 운명을 결정할 거야.

하지만 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널 포기하지 않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복도 끝에서 경비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쪽이다! 성녀님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루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더는 없었다.

엘레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남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와 함께 떠날 것인가?

8화: 늑대의 납치

8화: 늑대의 납치

복도 끝에서 경비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쪽이다! 성녀님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루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더는 없었다 .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달이 선택한 연인"" 에피소드

더 많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