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늑대의 납치

8화: 늑대의 납치

복도 끝에서 경비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이쪽이다! 성녀님의 방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루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더는 없었다

.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손을 뻗어 엘레나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결정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단호했다.

“지금 나와 함께 떠날 것인가, 아니면 황제의 손아귀에 남을 것인가.”

엘레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경비병들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남는다면 황제의 계획대로 늑대 부족을 배신해야 한다.

하지만 떠난다면, 그녀는 인간 세계를 완전히 등지고 루시안과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나도 가.”

루시안은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순간,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좋은 선택이야.”

그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는 순간,

창문이 활짝 열리며 찬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한순간 몸이 붕 뜨더니,

루시안은 그녀를 품에 안고 황궁의 높은 벽을 가뿐히 넘어섰다.

“잡아라!”

뒤늦게 창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경비병들이 활을 겨누었지만,

이미 루시안은 달빛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밤의 숲은 깊고도 어두웠다.

빠르게 이동하는 루시안의 품에서 엘레나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붙잡았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날렸다. 두려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얼마나 달렸을까.

루시안은 깊은 숲속의 한 언덕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

엘레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루시안은 숲 너머를 바라보며 말했다.

“늑대들의 영역으로.”

그의 목소리에는 더는 흔들림이 없었다.

엘레나는 그가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녀가 겨우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루시안이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가 황제의 손에 남아 있었다면, 넌 위험에 처했을 거야.”

엘레나는 고개를 숙였다.

“알아. 그래서 떠나온 거야.”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그녀는 인간 세계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있었다.

숲속에서의 여정은 길고도 험난했다.

차가운 밤공기가 옷 속까지 스며들었고, 엘레나는 점점 탈진해 갔다.

발이 풀릴 듯 흔들리는 순간, 루시안이 그녀를 지그시 내려다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내가 안고 갈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나도 걸을 수 있어.”

루시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켜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들이 지나가는 곳마다 늑대들의 형체가 숲속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눈동자들이 엘레나를 주시했다.

그녀는 자신이 점점 인간 세상과 멀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이곳에서 그녀는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숲의 공기가 달라졌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숲속을 가득 메웠다.

어둠 속에서 늑대들의 실루엣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금세 무리 전체가 그들을 둘러쌌다.

루시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늑대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엘레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루시안이 이끄는 부족이었다.

“어차피 넌 내 짝이니까, 어딜 가든 나와 함께야.”

루시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렇게 선언했다.

그 순간,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루시안 앞으로 다가왔다.

깊은 밤 같은 검은 털과 붉게 빛나는 눈을 가진 늑대였다.

“루시안, 이 여자가 우리가 기다려온 성녀인가?”

늑대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엘레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말하는 늑대라니. 그러나 루시안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녀가 우리의 성녀다.”

늑대들의 속삭임이 숲속을 가득 메웠다.

그들의 시선이 엘레나에게 집중되었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늑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그는 루시안과 비슷한 체형을 가졌지만, 눈빛은 훨씬 날카로웠다.

“그러면 네가 책임져야 할 일이 많겠군.”

루시안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를 지킬 거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엘레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깨달았다.

이곳은 단순한 피신처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그녀의 운명은 완전히 새롭게 펼쳐질 것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그녀는 무엇이 될 것인가?

“그럼… 이제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

9화: 늑대 부족의 여왕

9화: 늑대 부족의 여왕

엘레나는 숲속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늑대 부족의 영역은 거칠고도 아름다웠다. 울창한 숲, 달빛 아래서 반짝이는 강물, 그리고 늑대들의 숨결이 가득한

"달이 선택한 연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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