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숲속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늑대 부족의 영역은 거칠고도 아름다웠다.
울창한 숲, 달빛 아래서 반짝이는 강물,
그리고 늑대들의 숨결이 가득한 이곳.
그녀는 이제 인간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낯설고,
때론 경계심마저 느껴졌다. 루시안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지만,
늑대 부족의 전사들 중 일부는 그녀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간이 우리 부족의 여왕이 될 수는 없어.”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늑대 부족의 몇몇 전사들이 루시안을 향해 불편한 시선을 던졌다.
“그녀는 성녀다.”
루시안이 단호하게 말했다.
“달이 그녀를 선택했다. 그 누구도 그녀를 부정할 수 없어.”
그러나 일부 전사들은 여전히 반발하는 듯했다.
그들은 엘레나를 완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를 배신할 수도 있는 인간을 어찌 믿는단 말인가?”
그 순간, 루시안의 붉은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숲속이 숨죽인 듯 조용해졌다.
“그녀는 나의 짝이다.”
루시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늑대들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서 루시안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엘레나는 그들의 시선이 여전히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어졌다.
엘레나는 늑대들의 영토에서 멀리 떨어진 바위 위에 앉아 달빛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정말로 이곳이 그녀의 자리일까?
그때, 조용히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잠이 오지 않아?”
루시안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차분한 얼굴로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이곳에 오고 나서, 많은 것들이 변했어.”
엘레나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직 모르겠어. 내가 정말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루시안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곁에 있어줘.”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내가 널 잡아두지 않아도, 네가 나를 선택해주면 안 되겠어?”
그 순간, 엘레나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루시안은 그녀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녀가 자신의 의지로 남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제국의 군대다!”
루시안과 엘레나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리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의 병사들이 늑대 부족의 땅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놈들이 벌써 추적해 온 건가….”
루시안은 이를 악물었다.
늑대 부족의 전사들이 무기를 들고 집결하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얼어붙었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적들을 향해 먼저 몸을 던진 것은 루시안이었다.
하지만 그가 앞으로 나아간 순간, 갑작스러운 통증이 그의 몸을 관통했다.
“루시안!”
엘레나는 비명을 질렀다.
화살이 그의 어깨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프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붉은 눈동자가 더욱 이글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몸이 흔들리더니, 갑자기 전신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뼈가 변형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거대한 늑대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늑대 부족의 전사들이 일제히 숨을 삼켰다.
엘레나 또한 경악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루시안은 이제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칠흑 같은 털을 뒤덮은 거대한 늑대였다.
붉은 눈이 타오르듯 빛나고 있었으며, 그 위엄과 공포스러운 아우라가 주변을 압도했다.
적들은 두려움에 질린 듯 멈춰섰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숲속에서 또 다른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뒤를 조심해!”
엘레나가 소리쳤다.
제국의 기사 하나가 루시안을 노리고 커다란 창을 휘둘렀다.
루시안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차가운 금속이 그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러나 루시안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커다란 앞발이 공중을 가르며 기사에게 내리꽂혔다.
날렵하게 움직이던 기사조차 피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적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루시안의 변신에 잠시 주춤했던 병사들이 다시금 무기를 들고 그를 향해 돌진했다.
활시위를 당기는 소리가 들려왔고, 엘레나는 본능적으로 루시안에게 뛰어들었다.
“조심해!”
그 순간, 그녀의 바로 앞에서 화살이 튕겨 나갔다.
루시안이 그녀를 감싸 안으며 몸을 돌렸다.
화살 하나가 그의 어깨를 스치며 깊이 박혔지만,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
엘레나가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루시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을 몰아낼 때까지 난 물러서지 않아.”
엘레나는 그를 바라보며 두려움과 감탄이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의 모습은 인간도, 단순한 늑대도 아니었다.
그는 이 전장의 왕이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