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끝에서 다시 시작

1화: 끝에서 다시 시작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도심,

번화가의 네온사인은 휘황찬란하게 빛났지만,

그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엔 깊은 절망이 깃들어 있었다.

한도윤은 한강 다리 위에 서서 검푸른 물살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들린 휴대전화 화면엔 잔혹한 현실이 담겨 있었다.

[한도윤 대표, 투자 실패로 500억 부채… 법적 대응 검토 중]

[전도유망했던 청년 사업가의 몰락, 한도윤의 추락]

기사 속 도윤의 얼굴은 창백하고 초췌했다.

한때 ‘신흥 재계의 젊은 피’라 불리며 주목받았던 그는 이제 채무에 시달리는 신세가 되었다.

사업은 실패했고,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으며,

신뢰하던 파트너는 모든 자금을 빼돌린 채 사라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그가 모든 걸 걸었던 아내, 윤서진을 잃은 것이었다.

‘서진아…’

도윤은 무너지는 심장을 부여잡고 흐느끼듯 이름을 불렀다.

서진은 1년 전, 그의 곁을 떠났다. 아니, 자신이 그녀를 떠나보냈다.

사업에 미쳐 살아온 지난 세월,

그는 서진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랑을 주지 못했다.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꼈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고,

언제나 돈과 성공을 이유로 우선순위를 뒤로 미뤘다.

이혼 서류를 건네던 서진의 눈에는 한 방울의 눈물조차 없었다.

그 순간 도윤은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에 마음이 떠났다는 걸.

모든 것을 잃은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젠 다 끝이야.”

도윤은 난간을 넘어섰다.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스쳤다.

네온사인이 점점 멀어지고, 아래로 깊은 어둠이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떠오른 얼굴은 서진이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모든 후회는 너무 늦은 뒤에 찾아왔다.

도윤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몸을 내던졌다.

순간, 차가운 물살이 그를 삼켰다.

숨이 막히고, 온몸이 얼어붙듯 경직되었다.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감각 속에서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익숙한 천장을 마주했다.

‘…여긴… 어디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 안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탁자 위에 놓인 휴대전화 화면에 뜬 날짜였다.

[20XX년 5월 3일]

3년 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확인했다.

익숙한 셔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모든 것이 과거 그대로였다.

도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호텔 창문을 열어젖히자, 여전히 활기찬 도심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어제까지도 보던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의 모습이었다.

“설마…”

도윤은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아직 직원들이 도착하지 않은 시간,

사무실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그대로였다.

그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진 대표실 문패,

회의실을 분주히 오가며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직원들.

그는 급하게 서랍을 열어 투자 보고서를 찾아냈다.

‘맞아, 이 시기라면… 아직 그 배신자를 만나기 전이야.’

회귀였다.

단순한 꿈이 아니라,

진짜로 그는 과거로 돌아왔다.

3년 뒤 모든 것을 잃기 전으로.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머릿속엔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찼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어.’

사업을 다시 살려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서진이를 붙잡아야 해.’

그녀가 자신을 떠나기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6개월.

그는 숨을 고르고, 휴대전화 연락처에서 가장 익숙한 이름을 찾았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후,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윤 씨?”

그리웠던 목소리. 하지만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도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진아… 우리,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의 두 번째 인생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2화: 되돌릴 수 있을까

2화: 되돌릴 수 있을까

한도윤은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긴장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윤서진의 차분한 목소리. "도윤 씨? 갑자기 웬일이에요?" 오랜만에 듣는

"두 번 사는 남자""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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