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다시 한 번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곱씹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여전히 서진을 사랑하고 있었고,
이번 생에서는 그녀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단순히 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았다.
‘내가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것이 아닐까?’
과거의 그는 자신을 위해 서진이 모든 것을 희생하기를 바랐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 결심을 한 순간, 그는 비로소 서진을 놓아줄 준비가 되었다.
며칠 동안 도윤은 서진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늘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려 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서진은 그의 연락이 없는 것에 대해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출판사에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신경이 쓰였다.
‘도윤 씨는 원래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아닌데…’
그녀는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날 저녁, 서진은 친구 지혜를 만났다. 지혜는 그녀의 복잡한 표정을 보며 물었다.
“너, 무슨 일 있어?”
서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도윤 씨가 요즘 이상해.”
지혜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떤 점이?”
“이전에는 나한테 계속 연락하고, 뭔가 나를 붙잡으려 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연락이 끊겼어. 정말로 나를 놓아주는 것 같아.”
지혜는 한참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
“그럼 너는 그게 좋은 거야? 아니면 싫은 거야?”
서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엉켜 있었고,
도윤이 없는 생활이 정말 원하는 삶인지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냥… 생각보다 허전해.”
지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아직도 도윤 씨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는 거네.”
서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커피잔을 만지작거렸다.
정말 그런 걸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며칠 후, 도윤과 서진은 우연히 출판사 근처에서 마주쳤다.
도윤은 서진을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려 일부러 거리를 두었다.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어요.”
서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게. 잘 지냈어?”
“네.”
서진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속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
도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서진아, 난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네가 원하면… 나 정말로 널 놓아줄 준비가 됐어.”
서진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지만, 막상 도윤이 그렇게 말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그가 변했다는 걸 알았다.
더 이상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려 한다는 것도. 하지만…
정말로 이대로 끝내도 되는 걸까?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도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게 나 없이 사는 거라면, 나도 그걸 받아들이려고 해.
하지만…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망설이고 있다면, 난 기다릴게.”
서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도윤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이혼을 해도 우리가 끝난 게 아니야.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날 밤, 서진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도윤이 진짜로 떠나버릴까 봐 걱정되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혼란스러웠다.
그는 이제 예전처럼 집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그녀는 이토록 흔들리는 걸까?
자신의 마음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윤을 놓아주는 것이 정말로 옳은 선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