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는 다음날 게임에서 유리아와 다시 만났다. 성우는 유리아와 함께 던전을 돌다가 불현듯 오늘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나 어젯밤의 사고 이야기를 꺼냈다.
“유리아 님, 어제 우리가 타려던 버스 말이예요.” ”…네”
“전복사고가 났었다네요? 오늘 뉴스기사로 떴더라구요”
성우는 유리아의 놀란 반응을 예상했으나, 유리아는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그렇군요.”
성우는 그녀의 태연한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텐데,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혹시… 그럴 줄 알았던 건 아니죠?”
유리아는 한 동안 말이 없었고, 성우는 유리아의 반응을 살피며 자신이 무엇인가 말실수를 했을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유리아는 다시 말을 이었다.
”설마요. 우연인거죠.”
성우는 뒷말을 삼켰다. 이게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 그녀가 뭔가 알고 있었던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길드에서 벌어진 일
게임 속에서 길드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길드원 중 한 명인 ‘강철’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성우 형, 부탁이 있는데… 사실 부모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비가 급해요.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요?”
성우는 순간 당황했다.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은 처음이었다. 평소 강철은 그럴 만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성우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성우는 일단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적당히 둘러대며 말을 끊었고 강철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 유리아에게서 귓속말 채팅이 왔다.
“빌려주지 마세요.”
“네?”
“후회할 거예요.”
성우는 당황스러웠지만, 그 동안 유리아가 보여주었던(?) 능력을 믿고 유리아의 뜻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성우는 강철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밥을 쏘겠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강철은 다음날 길드를 탈퇴했고, 길드 분위기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강철은 성우 말고도 여러명에게 돈을 빌렸었단 사실을 드러나게 되었고, 성우를 경찰에 신고한 사람들로 부터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전과 10범인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의심이 싹트다
성우는 유리아라는 사람에 대해 점점 더 의문을 갖게 되었다. 버스 사고를 피하게 한 것도 그렇고, 강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 것도 그렇고.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 있지?’
성우는 처음으로 유리아가 평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마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다고 해서 초능력을 가졌다고 믿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단순한 게이머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었다.
이성우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의심과 불안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