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붉은 숲의 선택

5화: 붉은 숲의 선택

붉은 숲이 심장처럼 뛰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라도 되는 듯이,

나뭇잎이 서서히 흔들리며 불길한 기운을 내뿜었다.

밤하늘은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웠고,

멀리서 번개가 아득한 지평선을 가르며 번쩍였다.

이 고요한 순간은 곧 몰아칠 폭풍을 예고하고 있었다.

카시아는 숲의 한가운데 서서 눈을 감았다.

그녀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단순한 바람소리가 아니었다.

숲의 숨결, 나무들이 속삭이는 경고,

그리고 멀리서부터 전해지는 육중한 발걸음 소리.

제국군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그녀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레이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그는 이미 제국군이 곧 이곳을 덮칠 것을 알고 있었다.

카시아는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강했다. 그녀가 원한다면

이 숲을 떠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안식을 찾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황제는 결코 그녀를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너는 도망칠 수도 있어."

레이건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평생 황제에게 쫓길 거다."

카시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보랏빛 눈동자가 달빛을 머금고 은은하게 빛났다.

"그래서요, 공작님? 제게 싸우자고 설득이라도 하시려는 건가요?"

"황제는 널 생포하려고 할 거다.

그리고 널 길들이려고 하겠지.

네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레이건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도망쳐도, 결국 잡힐 거야. 그렇다면 싸우는 게 낫지 않겠어?"

카시아는 한동안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공작님이 저를 설득할 줄은 몰랐어요."

레이건은 미간을 좁혔다.

"농담할 때가 아니야."

카시아는 고개를 돌려 숲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허공을 스치자 나뭇잎들이 그녀의 기운에 반응하듯 가볍게 흔들렸다.

"내가 도망치지 않겠다고 하면, 공작님은 저와 함께 싸워줄 건가요?"

레이건은 한순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카시아는 그의 대답을 듣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손을 들어 올리자,

붉은 숲 깊숙한 곳에서 강렬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붉은 용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대한 날갯짓이 바람을 일으켰고, 숲의 나무들이 흔들렸다.

붉은 용은 마치 카시아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

카시아는 용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해, 친구야."

붉은 용이 포효하며 대지를 울렸다.

그것은 곧 싸우겠다는 뜻이었다.

그 순간, 숲의 끝자락에서 거대한 불빛이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제국군이 마침내 숲에 도착한 것이었다.

레이건은 검을 뽑으며 이를 악물었다.

"올 곳까지 왔군."

카시아는 천천히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기운이 숲 전체에 퍼지면서 마치 붉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한 환상이 만들어졌다.

제국군의 선두에 선 장군이 말을 타고 앞으로 나왔다.

"카시아!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널 생포하러 왔다!

저항하지 말고 순순히 투항하라!"

카시아는 가볍게 웃었다.

"나보고 순순히 황제의 노예가 되라는 거군요."

장군은 말을 몰며 단호하게 외쳤다.

"이건 폐하의 뜻이다! 넌 선택권이 없어!"

그러나 카시아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녀의 주변에서 붉은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뇨. 선택권은 나에게 있어요. 그리고 나는 이 숲을 지킬 거예요."

그 순간, 붉은 용이 하늘로 솟구쳤다.

거대한 날개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한 번의 날갯짓만으로도 강한 돌풍이 일어나 제국군의 횃불이 꺼졌다.

병사들은 당황하며 말을 움켜쥐었고,

몇몇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쳤다.

레이건이 검을 고쳐 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오늘 밤, 숲은 제국의 것이 되지 않는다."

카시아는 그의 옆에 섰다.

"이제, 공작님. 싸울 준비가 되었나요?"

레이건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든."

그 순간, 붉은 용이 다시 한 번 강렬한 포효를 내질렀고,

붉은 숲의 운명이 결정될 전투가 시작되었다.

6화: 배신과 충성

6화: 배신과 충성

숲이 불타오르듯이 격렬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제국군이 붉은 숲의 깊은 곳까지 밀려들었고, 카시아와 붉은 용, 그리고 레이건과 그의 부하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용을 길들이는 여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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