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칼날이 빛을 발하며 레이건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러나 레이건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선택을 이미 내렸고, 그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었다.
칼날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레이건은 순식간에 검을 휘둘러 한 병사의 칼을 튕겨냈고,
동시에 반격을 가했다.
붉은 숲이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흔들렸다.
카시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고,
숲이 그녀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땅에서 뿌리가 솟아올라 병사들의 발목을 붙잡았고,
나뭇가지들이 날카로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붉은 용이 하늘을 가르며 강렬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것은 마치 선택을 요구하는 울음소리였다.
결국,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충성은 과거를 의미하고,
배신은 새로운 길을 의미했다.
그러나 레이건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검을 더욱 단단히 쥐고,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나는 카시아와 함께한다."
그의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황제의 개가 아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그의 친위대는 두 개로 나뉘었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황제의 뜻을 따랐고,
어떤 이들은 레이건을 따라 반란을 선택했다.
그리고 전쟁은 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붉은 숲의 밤이 혼돈에 휩싸였다.
제국군과 레이건의 반란군이 뒤엉켜 싸웠고,
붉은 용의 포효가 전장을 가르며 하늘을 뒤흔들었다.
카시아는 숲 한가운데 서서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이상한 불안감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공작님, 적들이 후방을 포위하려 합니다."
한 병사가 레이건에게 다급히 보고했다.
레이건은 이를 악물었다.
예상보다 제국군의 규모가 컸다.
분명 황제는 카시아를 생포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것이다.
그는 검을 단단히 쥐었다.
"후퇴는 없다. 이 숲을 넘겨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카시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황제가 직접 이 전투를 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는 절대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건 알고 있다."
레이건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무너지면, 널 지켜낼 수 없어."
카시아는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도망칠 수도 있었다.
용과 함께 숲을 벗어나면, 황제도 그녀를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남은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녀는 선택해야만 했다.
그 순간, 붉은 용이 하늘을 날아올라 또 한 번 거대한 불길을 내뿜었다.
불길이 제국군의 선봉을 가로막으며 숲속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황제의 군대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카시아!"
레이건이 그녀를 불렀다.
"너에게 계획이 있겠지?"
카시아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숲의 기운이 그녀를 감싸고, 대지의 숨결이 그녀를 일깨웠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숲을 깨울 거예요."
레이건이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숲을... 깬다고?"
카시아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붉은 숲 전체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나뭇잎들이 흔들리며 낮게 떨렸고, 대지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울림이 퍼졌다.
제국군이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멈칫거렸다.
숲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대지가 진동했고,
거대한 나무뿌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병사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건… 마법인가?"
한 제국군 장수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카시아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숲의 의지예요. 그리고 당신들은 이곳을 함부로 침범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순식간에 나뭇가지들이 뻗어 나와 병사들을 휘감았고,
붉은 용이 하늘을 선회하며 또 한 번 불길을 뿜었다.
전장은 이제 완전히 카시아와 붉은 숲의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전장의 중심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멈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