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무너지는 거리

4화 – 무너지는 거리


강이현은 아침부터 계속 머리가 지끈거렸다.
전날 과음한 탓인지 몸이 무겁고 피로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제… 어떻게 집에 온 거지?’

눈을 감았다 떴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 차도현의 목소리였다.

“택시 타고 가요.”

그리고 따뜻했던 손길. 순간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현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술 취해서 그런 거다. 신경 쓰지 마.’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출근 준비를 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후배가 다가왔다.

“차장님, 어제 회식 이후에 잘 들어가셨나요?”

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얼버무렸다.

“응. 무난하게.”

그러나 후배는 피식 웃으며 속삭였다.

“근데요, 헬스 트레이너님이 데려다주셨다면서요?”

“……뭐?”

“택시 태워주고, 집까지 바래다주셨다고 들었는데요?”

이현은 당황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가 그걸…”

“어제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계시던 분들이 봤대요.
트레이너님이 차장님 부축해서 택시에 태우는 걸요.”

이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끊었다.

“별거 아닌데. 과장하지 마.”

그러나 속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언제부터 도현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걸까?

점심시간이 되자, 이현은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해결하려 했지만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차도현] 선배, 점심 같이 먹어요.

이현은 답장을 보내려다 멈칫했다. 거절하는 게 맞을까?
하지만 어제 도움을 받았으니 밥 한 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결국 짧게 답을 보냈다.

[강이현] 알았다.

도현과 마주 앉은 식당. 이현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앉았지만,
도현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선배, 속 괜찮아요?”

이현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괜찮다. 어제는… 고맙다.”

도현은 씩 웃으며 말했다.

“진짜 감사한 거 맞아요? 표정이 안 그런데요.”

이현은 피식 웃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너 너무 쉽게 거리 좁히는 거 아니냐?”

도현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가볍게 말했다.

“선배가 멀어지지만 않으면 돼요.”

그 말에 이현은 순간적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현의 태도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현은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녀석은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걸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5화 – 가까워지는 틈

5화 – 가까워지는 틈

강이현은 아무리 애써도 차도현이 신경 쓰였다. 지난밤의 일도,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건 그냥 헬스 트레이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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