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서로의 진짜 모습

8화 – 서로의 진짜 모습


강이현은 요즘 자신이 너무 쉽게 흔들리는 것 같았다.

처음엔 그저 가벼운 관심일 뿐이라 생각했다.

차도현이 다가오는 것도, 그의 장난스러운 말투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도현이 곁에 없는 순간에도 자꾸만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거, 정말 문제인데.’

자신을 다잡기 위해 일부러 일정도 바쁘게 잡고,

헬스장에도 가급적 늦게 가는 방법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도현은 언제나 여유롭게,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다가왔다.

운동이 끝난 후, 도현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선배, 오늘도 그냥 가려고요?"

이현은 헬스장에서 나가려다 발을 멈췄다.

"그럼 뭐 하라는 거냐."

"음, 저녁이라도 같이 먹죠. 요즘 너무 바쁜 거 같은데, 건강 챙겨야죠."

"……매번 같이 먹을 필요는 없잖아."

"근데 선배, 거절하지 않네요?"

이현은 순간적으로 무언가 들킨 기분이 들었다. 도현의 말처럼,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이유는 스스로도 잘 몰랐다.

"……네가 하도 들러붙으니까 그냥 익숙해진 것뿐이야."

"그거, 위험한 말인 거 아세요?"

도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익숙해진다는 건, 결국 받아들이는 거거든요."

"……"

"그러니까,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식당에서는 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보통 도현은 이현이 대답하지 않아도

혼자 떠들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이현은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도현이 오늘따라 말을 아낀다는 사실이 더 신경 쓰였다.

"너, 오늘따라 조용하네."

도현은 잠시 젓가락을 놓더니, 이현을 바라봤다.

"선배가 자꾸 도망가니까요."

이현은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도망가긴 누가 도망가?"

"요즘 피하는 거 모르겠어요?"

"……그건 그냥 바빠서 그런 거지."

도현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선배는 되게 솔직한 척하면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거짓말하네요."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다가오는 게 싫어요?"

그 질문에, 이현은 한참을 대답하지 못했다.

싫다고 말해야 했다. 그래야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

이현은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자 도현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다행이네요."

"뭐가?"

"싫다는 말이 안 나왔잖아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 도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선배, 나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이현은 조금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까지 도망칠 거예요?"

"……"

"솔직히 선배도 알잖아요. 내가 장난으로 다가가는 거 아니라는 거."

"……"

"근데도 계속 밀어내려고 하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안 있을 거 같아요."

이현은 말없이 도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평소의 장난스러움도, 가벼운 농담도 없었다.

도현은 진지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가 나를 밀어내려고 할수록, 나는 더 다가가고 싶어지거든요."

이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성격 안 좋다."

"맞아요. 선배가 처음부터 제대로 거절했으면 안 이랬을 텐데."

도현은 웃으며 이현의 손목을 잡았다. 이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지만,

도현은 더 꽉 잡았다.

"이제 그만 받아들이면 안 돼요?"

이현은 한참 동안 도현의 손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국, 뿌리치지 않았다.

9화 – 선택의 순간

9화 – 선택의 순간

강이현은 스스로를 변명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관심일 뿐이라 생각했다. 운동을 받으면서 생긴 일시적인 감정이라고도 여겼다. 하지만

"늑대와 양의 연애론""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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