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현은 아무리 애써도 차도현이 신경 쓰였다.
지난밤의 일도, 그리고 오늘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건 그냥 헬스 트레이너와 고객 사이의 일일 뿐이야.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감정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이현은 습관처럼 눈을 감았다 뜨며 긴 숨을 내쉬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헬스장에 도착했다.
도현은 언제나처럼 밝은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선배,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해볼까요?”
이현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동 내내 도현의 시선이 느껴졌다.
기구를 잡고 있는 손목 위로 도현의 손이 살짝 스쳤다.
그 순간, 온몸이 긴장되는 걸 느꼈다.
“선배, 너무 힘을 많이 주시면 안 돼요. 부드럽게.”
도현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이현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으며 거리를 벌렸다.
“알았어.”
그러나 도현은 한 발 더 다가왔다.
“선배, 오늘따라 집중이 안 되는데요?”
이현은 도현을 노려봤지만, 그는 여유로운 미소만 지었다.
“너, 원래 이렇게 스킨십이 많았냐?”
도현은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선배가 너무 귀여워서요.”
“……장난이 심하다.”
이현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운동에 집중하려 했지만,
귓가에 남은 도현의 말이 지워지지 않았다.
운동이 끝난 후, 헬스장을 나서려던 이현을 도현이 불러 세웠다.
“선배, 오늘 운동 끝났으니까 보상 받으러 가죠.”
“보상?”
“맛있는 거 사주기요. 운동 열심히 했잖아요.”
이현은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도현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가요. 내가 맛집 찾아놨어요.”
이현은 뿌리치려 했지만, 이미 도현의 손길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저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정말 거리 좁히는 게 빠르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싫지는 않았다.
식당은 분위기 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도현은 자연스럽게 메뉴를 고르더니 이현을 향해 미소 지었다.
“선배는 면 좋아하죠? 이 집의 봉골레 파스타가 유명해요.”
“……내 취향은 어떻게 아는 거냐?”
도현은 살짝 눈을 찡긋하며 대답했다.
“그동안 선배가 뭘 좋아하는지 살펴봤거든요.”
이현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도현은 대체 어디까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는 태도가 신경 쓰였다.
음식이 나오고, 둘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이현은 자꾸만 도현을 의식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도현이 컵을 들어 물을 마시는 모습, 살짝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닦는 모습.
하나하나가 신경 쓰였다.
‘이건… 그냥 신경 쓰는 정도가 아니잖아.’
도현은 어느 순간 이현의 시선을 느낀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선배, 그렇게 빤히 보면 나 부끄러운데요?”
이현은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
“……헛소리 하지 마.”
도현은 여전히 장난기 어린 표정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테이블 위에 팔을 괴며 말을 이었다.
“선배는 내가 다가오는 게 싫어요?”
이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싫다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현의 시선은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러웠고, 그 틈에서 이현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호감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어.’
식사를 마치고, 도현은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샀으니까, 다음번엔 선배가 사주세요.”
이현은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
“방금 했잖아요.”
도현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걸어 나오는 길,
그는 가볍게 이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선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같이 밥 먹어줘요.”
이현은 그 손을 치우려 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숙해진 듯, 어쩌면 점점 더 당연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