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다시 만날 운명

10화: 다시 만날 운명

이연은 그녀가 남긴 시계 조각을 손에 쥔 채 오랜 시간 동안 연구를 거듭했다.

그는 궁의 깊숙한 곳에 보관된 고대 서책들을 뒤적이며,

시간의 문을 여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많은 밤을 새웠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실마리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래된 문헌 속에서 흥미로운 기록을 발견했다.

“시간의 균형이 깨질 때, 운명의 연결점이 다시 맞춰질 것이다.

달이 가장 밝은 밤, 사라진 자가 남긴 흔적이 있는 곳에서 문이 열린다.”

이연은 깨달았다. 시간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단순한 힘이 아니라,

사라진 그녀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서 그녀의 흔적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는 즉시 준비를 시작했다.

수진이 마지막으로 사라졌던 밤, 그녀가 서 있던 궁의 정원으로 향했다.

밤하늘은 유난히 밝았고, 달빛이 연못 위로 길게 퍼져 있었다.

그의 손에는 그녀가 남긴 시계 조각이 빛을 내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시계를 연못 위로 내밀었다.

“수진, 네가 선택한 운명이 무엇이든, 나는 너를 다시 찾을 것이오.”

그 순간, 시계 조각이 강렬하게 빛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듯 휘몰아쳤고, 연못 위에는 마치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듯한 파문이 일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강한 힘이 그를 끌어당겼다.

모든 것이 뒤섞이며, 그는 시간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앞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수진은 천천히 눈을 떴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멍한 상태로 있었다.

분명히 무언가 중요한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으로 익숙한 도시의 풍경이 보였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둘러보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상 위에는 펼쳐진 연애 상담 서적과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벽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침대 맡에는 늘 그녀가 두고 자던 시계가 있었다.

‘…뭔가 이상해.’

그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감각.

하지만 무엇을 잊은 것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운명적 재회

그날, 수진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 도심의 카페로 향했다.

여느 때처럼 평범한 하루였다.

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한쪽을 짓누르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순간, 그녀는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남자는 검은 셔츠에 단정한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매던 사람처럼.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으신가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수진의 심장이 이유 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목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괜찮아요.”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 누구지?’

그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사람처럼. 그러다 이내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들까요?”

수진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유도 없이,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혹시…”

그가 말을 이어가려는 순간, 신호가 바뀌었고 사람들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수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건넜다.

그리고 그녀가 한 발을 내디뎠을 때,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끝에 따뜻한 감각이 스쳤다.

마치 아주 오래전, 누군가와 손을 맞잡았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진은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순간적으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시간은 다시 한 번 두 사람을 이어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 잃어버린 기억이 돌아오는 날.

그들은 다시,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될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연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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