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낯선 시대, 낯익은 인연

2화: 낯선 시대, 낯익은 인연

“한양이요. 조선 시대의 수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수진은 손목에 찬 시계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나 시계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수진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차분하면서도 예리한 눈빛, 단정한 갓과 비단 도포,

그리고 품위 있는 태도. 그는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어찌하여 여인의 몸으로 이리도 기묘한 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오?”

수진은 순간 머리를 굴렸다. 만약 이곳이 진짜 조선이라면,

그녀의 복장은 분명 수상하게 보일 터였다.

잘못 대답했다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

“사실 저는…”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기억을 잃었습니다.”

남자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별다른 질문 없이 기다리는 듯했다. 수진은 즉흥적으로 말을 덧붙였다.

“아버지가 벼슬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곳에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는 듯했다.

그러고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귀족의 여식이라면 호적을 찾아보면 될 것이오.

우선 당분간 머물 곳이 필요할 테니, 내 거처에서 머무르시오.”

뜻밖의 제안에 수진은 순간 놀랐다.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처럼 의심받는 차림으로 거리를 다니는 것보다 낫지 않소.”

수진은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안내한 곳은 웅장한 기와집이었다.

기품 있는 정원과 돌로 된 연못, 그리고 집을 지키는 하인들까지.

수진은 이곳이 평범한 집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도련님, 벌써 돌아오셨습니까?”

그를 맞이하는 하인들의 태도가 단순한 양반가의 후계자를 대하는 것과는 달랐다.

마치 더 높은 위치의 사람을 섬기는 듯했다.

수진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혹시… 신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연이라 하오.”

수진은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조선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 중 하나였던 ‘이연’. 하지만 그녀가 아는 기록과는 달리,

그는 아직 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날 밤, 수진은 이연의 도움을 받아 정갈한 한복을 입고 거처를 마련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현대의 대학생이 아니라, ‘기억을 잃은 귀족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녀의 등장이, 조선의 운명을 뒤흔들게 될 것이란 사실을.

수진이 이연의 집에서 머문 지 며칠이 지나자,

그녀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선의 생활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한복 차림과 조선식 예법은 그녀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연은 조용히 그녀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녀가 행동할 때마다 미묘하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이 여인은 정말 기억을 잃은 것이 맞는가?’

그의 눈빛은 수진이 무심코 내뱉은 현대적인 표현을 들을 때마다 더 깊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 의문을 당장 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지켜보며 더 많은 단서를 찾으려 했다.

한편, 수진은 점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연의 집에 머물기 시작한 후, 그녀는 종종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낮에는 아무도 없던 곳에서 발소리가 들리거나,

창문 너머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일이 반복됐다.

어느 날 밤, 그녀는 인기척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문틈 사이로 희미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수진은 숨을 죽이며 몸을 움츠렸다.

‘누구지…?’

그녀가 두려움에 휩싸여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문이 살짝 열렸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조용히 접근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소. 나요.”

이연이었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 앞에 서서 낮게 말했다.

“누군가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

수진의 심장이 요동쳤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조선에 단순히 떨어진 것이 아니라,

무언가 거대한 음모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3화: 시계의 비밀을 깨닫다

3화: 시계의 비밀을 깨닫다

수진은 밤새 뒤척였다. 익숙하지 않은 이불과 방 안을 가득 채운 나무 향, 그리고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희미한 빗소리까지. 모든 것이

"시간을 달리는 연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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