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첫 번째 시간의 균열

5화: 첫 번째 시간의 균열

수진은 손목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조선 시대에 온 이후, 시계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정자에서 느꼈던 기이한 현상처럼,

특정한 순간에 시계가 반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결심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이연의 운명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연이 왕위 계승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녀는 그가 어떤 위험에 처할지 예측해야만 했다.

만약 그를 도울 수 있다면,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밤이 되길 기다렸다.

정자에서처럼 특정한 장소에서 시계가 반응한다면,

한양에서 가장 강한 기운이 흐르는 곳이 어딜까?

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문득 왕실과 연관된 곳이라면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으로 가야 해.’

하지만 그녀가 궁에 들어갈 방법은 없었다.

결국, 조심스럽게 이연의 서재로 향했다. 그곳엔 조선의 지도가 있었다.

그녀는 궁성의 구조를 살펴보며 자신이 몰래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곳이라면…”

궁 근처의 작은 별궁. 정식 궁녀들이 아닌 외부 인력들이 오갈 수 있는 곳.

그것이 그녀의 목표였다.

밤이 되자, 수진은 한양의 어둠을 틈타 별궁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별궁은 정문이 아닌 뒷문을 통해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하는 하녀처럼 행세하며 그들 틈에 섞였다.

별궁의 정원은 조용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시계를 손에 쥐었다.

‘제발… 이번엔 반응해 줘.’

손끝이 시계의 용두를 돌리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세상이 일그러지며 강한 압력이 그녀를 휘감았다.

눈을 떴을 때, 별궁은 변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달라져 있었다.

이연의 죽음을 보다

그녀가 본 광경은 끔찍했다.

이연이 쓰러져 있었다.

그의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주변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것이 너희들의 뜻이냐…”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냉정했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차갑게 말했다.

“죄인을 처단하라.”

그리고 검이 번뜩였다.

수진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차렸다.

순간적으로 현재로 돌아온 것이다.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손을 떨었다.

방금 본 것이 정말 미래라면? 이연이 곧 죽는다면?

‘막아야 해.’

그러나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그녀가 본 것은 단순한 예지가 아니었다.

그녀의 개입으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변하고 있었다.

수진은 급히 이연에게 달려갔다. 그는 마루에서 서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다가오자, 그는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오?”

수진은 그를 붙잡고 말했다.

“당신… 위험해요. 곧 큰일이 생길 거예요.”

이연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그냥… 믿어 주세요. 지금 그대로 가면… 당신은 목숨을 잃어요.”

이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말이오?”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연은 오히려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소. 하지만 내가 쉽게 당할 것 같소?”

그의 말에 수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

이연은 이미 왕위 계승을 둘러싼 음모 속에서 살아남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명백한 죽음이었다.

“그래도… 대비해야 해요.”

이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확히 무엇을 본 것이오?”

수진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병사들이 당신을 둘러싸고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칼을 맞았어요.”

이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군.”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미 여러 번 암살 시도를 당했소.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측이 가능하니,

네 말이 사실이라면 더욱 대비할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순간, 수진의 몸이 흔들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진!”

이연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의 피부는 창백하게 변했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시계를 사용할수록 몸이 쇠약해지는 현상이 다시 나타났다.

‘이러다간…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몰라.’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이연을 바라보았다.

“내가… 내가 당신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연은 그녀를 단단히 부축하며 말했다.

“당신은 이미 나를 구했소.”

수진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연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 덕분에 나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았소.”

수진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은,

그녀가 본 미래가 이미 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이연을 구하려 한 순간, 시간의 균열은 더욱 깊어졌고,

역사는 점점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6화: 미래에서 온 경고

6화: 미래에서 온 경고

수진은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그녀의 몸을 감싸는 강한 빛이 다시 한 번 시야를 휘어지게 만들었고, 중력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시간을 달리는 연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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