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는 그날 밤 침대에 누워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강지훈이 제이든이었다니…'
게임 속에서의 편안한 동료였던 「제이든」이 현실에서는 대한민국 IT 기업의 후계자라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편하게 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주치는 것조차 신경이 쓰였다.
다음 날, 윤하는 회사로 출근하며 내내 고민했다.
강지훈이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던 걸까?
아니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그런데,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서윤하 씨.”
강지훈이 사무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윤하는 순간 당황했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만난 적은 몇 번 있지만,
이렇게 그녀를 직접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무실 안에서는 동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무슨 일이신가요?”
강지훈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윤하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당황했다.
이대로 두 사람이 함께 나가는 걸 보면, 괜한 소문이 돌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
사무실 건물 옥상, 한적한 공간에서 강지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 어제부터 날 피하고 있더라.”
“아, 그게… 아니에요. 그냥 어제는 좀 당황해서…”
“당황할 만하지.”
그는 작게 웃으며 난간에 기대었다.
“솔직히 말해줄래? 내 정체를 알고 기분이 어떤지.”
윤하는 망설였다. 어떤 감정인지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웠다.
“…조금 혼란스러워요.”
“어떤 부분이?”
“게임 속에서는 정말 편했거든요. 그런데 현실에서 부사장님이라고 하니까…
거리가 생긴 것 같아요.”
강지훈은 그녀의 대답을 조용히 듣다가 피식 웃었다.
“그럼 게임 속에서처럼 대하면 되지 않나?”
“그게 말처럼 쉬운가요?”
“나한텐 쉬운데.”
그의 태연한 말투에 윤하는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정말로 그녀와의 관계에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나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가까워진 거리 때문에 윤하는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그의 눈빛은 진지했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처럼, 계속 나랑 팀을 이루면 되잖아.”
윤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장난스럽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 진짜로 나와 계속 함께할 생각인 걸까?'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스쳐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