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게임과 현실의 경계에서

7화: 게임과 현실의 경계에서


윤하는 그날 이후 강지훈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와 마주하는 순간마다 어쩐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사에서의 그는 여전히 냉철한 경영자의 모습이었지만,
게임 속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든든한 동료였다.

퇴근 후, VR 장비를 착용한 윤하는 자연스럽게 ‘FL’에 접속했다.
화면이 전환되자마자 ‘제이든’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검을 등에 메고 성채 앞에 서 있었다.

“오늘은 좀 늦었네.”

“조금 피곤해서요.”

윤하는 가볍게 웃으며 다가갔다.
그와 마주하는 순간, 현실에서의 긴장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임 속에서는 모든 것이 단순했다. 둘은 그냥 좋은 파트너일 뿐이었다.

“오늘은 무슨 퀘스트를 하실 건가요, 길드 리더님?”

“특별한 퀘스트가 있어. 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제이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윤하는 기대감에 눈을 빛냈다.
그와 함께하는 퀘스트는 언제나 흥미로웠다.

[시스템 메시지]

【신규 이벤트 퀘스트: 그림자의 왕국】

‘그림자의 왕국’은 최상급 난이도를 자랑하는 스토리 퀘스트였다.
성공하면 희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강력한 패널티가 주어지는 위험한 미션이었다.

“이거… 굉장히 어려운 퀘스트인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같이 하는 거지.”

그의 말에 윤하는 가슴이 뛰었다.
게임이지만, 마치 현실처럼 진지해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성채 내부로 들어가 퀘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윤하는 문득 입을 열었다.

“현실에서도 이렇게 서로 믿고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이든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난 현실에서도 널 믿고 있어.”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윤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곧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날 믿기만 하면 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윤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퀘스트는 예상보다 험난했다. 수많은 적들이 등장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함정이 두 사람을 위협했다.
하지만 제이든은 언제나 윤하의 앞을 막아주었고,
그녀 역시 그의 후방을 단단히 지켜주었다.

마지막 관문 앞에 섰을 때, 윤하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이걸 깨면 진짜 대단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

“보상도 중요하지만, 난 너랑 이렇게 싸우는 게 더 재밌어.”

제이든의 말에 윤하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게임 속 대화일 뿐인데, 어쩐지 가슴이 뛰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윤하는 집중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보스의 강력한 공격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그 순간, 제이든이 몸을 날려 그녀를 감쌌다.

[시스템 메시지]

【제이든이 대신 공격을 받았습니다.】

윤하는 경악하며 그를 바라봤다.

“제이든! 왜…”

“괜찮아. 널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그의 체력 게이지가 바닥을 향해가는 걸 보며 윤하는 망설이지 않고 최대한의 힐을 시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지막 일격을 날려 보스를 처치했다.

[퀘스트 완료!]

승리의 메시지가 떴지만, 윤하는 기뻐할 수 없었다.
제이든이 다가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현실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윤하의 심장을 강하게 두드렸다.
게임 속이든 현실이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단순한 동료로만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8화: 혼란과 선택의 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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