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을 앞두고 윤하는 고민에 빠졌다.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평소라면 당연히 가지 않겠지만,
「제이든」이 직접 초대한 만큼 거절하기도 애매했다.
무엇보다 게임 속에서만 알던 사람들과 현실에서 만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긴장되는 일이었다.
결국, 윤하는 주말 저녁, 약속된 카페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닉네임이 적힌 명찰들이 그녀를 반겼다.
“루미엘님 맞죠?”
한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게임에서 ‘크로스’라는 닉네임을 쓰는 길드원이었고,
윤하는 쑥스럽게 웃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다들 먼저 오셨네요.”
카페에는 약 다섯 명 정도의 길드원이 모여 있었지만,
정작 「제이든」은 보이지 않았다.
“제이든님은 아직 안 오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길드원들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한 명이 대답했다.
“아, 그분은 원래 오프라인 모임에 잘 안 나오셔요.
직접 얼굴을 본 사람도 별로 없을걸요?”
“맞아요. 우리 중 몇 명은 아예 본 적도 없어요.”
윤하는 당황했다. 오프라인 모임을 제안한 사람이 「제이든」이었는데,
정작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니.
‘왜 나한테만 초대했던 걸까?’
그렇게 머릿속이 복잡해질 무렵,
카페 문이 열리며 윤하가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 들어왔다.
대한민국 최대 IT 기업 ‘넥스트월드’의 후계자, 강지훈.
“…부사장님?”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게임 속 「제이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고야 만다.
강지훈 = 제이든.
윤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윤하를 발견하곤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오프라인 모임엔 가지 못했지만, 여기서 만나게 되네.”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현실에서 들리자, 윤하는 숨을 삼켰다.
그녀가 경악한 얼굴로 아무 말도 못 하자,
강지훈은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알았나 보네.”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게임 속에서 능숙하게 그녀를 이끌던 「제이든」,
그리고 현실에서 냉철한 대기업 부사장인 강지훈.
윤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강지훈은 윤하의 놀란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뭐, 특별한 건 없어. 단지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 것뿐이야.”
“하지만…”
윤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단순한 게임 유저가 아니었다.
IT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후계자였고,
그가 속한 ‘넥스트월드’는 VR 게임 기술의 선두주자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그것도 정체를 숨기고 길드를 운영했다니.
“믿기 어렵겠지. 하지만 이게 나야.”
그의 진지한 눈빛이 윤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그를 관찰했다. 현실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기업의 후계자,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자유롭고 유쾌한 길드 리더.
두 모습이 완벽하게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저한테 일부러 접근하신 건가요?”
강지훈은 짧은 침묵 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처음엔 그냥 재밌는 유저라고 생각했지.
근데 같이 게임을 하면서 점점 흥미가 생기더라.”
윤하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길드원들이 대화를 듣고 있던 것도 모른 채 말을 걸어왔다.
“어? 강 부사장님 아시는 사이세요?”
윤하는 순간적으로 동공지진이 일어났고, 강지훈은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뭐, 우연히 만난 적 있지.”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윤하는 더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도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든 넘겨야 했다.
“아… 네, 그냥 업무 관련해서…”
강지훈은 그녀의 반응이 재미있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의 강지훈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 관계가 게임 속에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는 게임과 현실 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