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첫 만남, 최악의 조합

1화: 첫 만남, 최악의 조합

서울 강남 한복판, 유리로 뒤덮인 세련된 사옥 한가운데서

한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주 전, 그녀는 감각적인 기획력과

다수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이끈 경력을 인정받아 이 회사에 스카우트되었다.

다만, 대표 면접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어 아직 그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저렇게들 떠는 거야…"

사무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광고 프로젝트의 첫 회의가 열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의 관심은 프로젝트보다는

이번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이선우 대표에게 쏠려 있었다.

광고업계에서 이선우라는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천재적인 전략가이자 냉철한 경영자로 불리는 남자.

그의 손을 거친 브랜드들은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고,

덕분에 젊은 나이에 광고 업계 최고의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성격이었다.

"우리 회사 대표님 완전 냉혈한이라던데?"

"회의 들어가면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하더라. 감정이 없대."

"사람이 아니라 AI 아니야? 감성적인 거 진짜 싫어한다더라."

소문만 들으면 인간이 아니라 프로그램 수준이었다.

"대박… 완전 나랑 반대잖아?"

한지수는 어이없어하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광고 기획자로,

숫자보다 감성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느낌'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으로 여러 히트 광고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대표가 감정을 믿지 않는 인간이라니?

‘하, 진짜 미치겠다. MBTI부터 물어볼 걸 그랬나?’

그러나 고민할 틈도 없이 회의 시간이 다가왔다.

긴장된 공기가 감도는 가운데,

유리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키가 큰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이선우였다.

회색 슈트에 단정한 블랙 타이,

날카로운 턱선과 깊은 눈매.

인상 자체는 이목구비가 반듯했지만 어딘가 차가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오, 잘생기긴 했는데… 분위기가 사람 기 죽이는 스타일이네.’

회의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선우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더니 곧장 말을 꺼냈다.

"그럼, 프로젝트 브리핑 시작하죠."

목소리까지 차가웠다.

불필요한 인사도, 가벼운 농담도 없었다.

‘와… MBTI 진짜 T 쪽으로만 구성된 인간인가 봐…’

지수는 입을 꾹 다물고 팀장이 진행하는 발표를 들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형 화장품 브랜드의 신규 광고 캠페인.

핵심은 감성과 공감을 기반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발표가 끝나고 이선우의 시선이 팀원들을 훑었다.

"의견 있으면 말하세요."

차가운 눈빛이 마주친 순간, 다들 몸을 움찔했다.

그러나 한지수는 예외였다.

‘이런 분위기 못 참지.’

지수는 손을 들고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요즘 트렌드는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감성을 살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브랜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결국 소비자는 '느낌'에 반응하거든요."

이선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느낌이요?"

"네!

최근 바이럴 광고를 보시면 감성적인 접근이 훨씬 효과적인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데이터로만 접근하면 소비자 반응을 끌어내기 어렵죠."

이선우는 노트북 화면을 넘기며 담담하게 말했다.

"최근 3년간 감성 광고와 전략 광고의 매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자료입니다.

감성 광고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강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감정에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가치를 논리적으로 인식해야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집니다."

지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뭐야, 갑자기 데이터로 반박하는 거야?’

하지만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감성을 배제하면 안 되죠!

광고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예요.

가령, 우리가 향수 광고를 만든다고 하면,

소비자는 제품 성분표를 보고 사는 게 아니라 향을 맡고,

감정을 느끼고, 감성적으로 반응하잖아요!"

이선우는 잠시 지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유도하는 것 또한 전략적으로 계산되어야 합니다."

"대표님, 그렇게 말하면 광고에 감성이란 게 필요 없다는 거잖아요."

"감성은 수단이지, 핵심이 아니죠."

순간 회의실 공기가 더 차가워졌다.

다들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을 지켜봤다.

지수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도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혹시 MBTI가 뭐예요?"

그 순간,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

이선우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거 모릅니다."

"아, 그럼 검사라도 한 번 해보세요!

딱 봐도 T와 J의 끝판왕이실 것 같은데요?"

이선우는 짧게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덮었다.

"한 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감정적인 요소를 논의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는 입술을 삐죽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완전 최악의 조합인데?’

하지만 묘하게도, 다음 회의가 기다려졌다.

2화: 감성과 논리, 업무 스타일의 충돌

2화: 감성과 논리, 업무 스타일의 충돌

회의가 끝난 후에도 한지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대표가 논리적으로만 사고하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감성을 배제할 줄은 몰랐다. ‘감성은 수단이

""아니 근데 당신 MBTI가 뭡니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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