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상극 MBTI

4화: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상극 MBTI

광고 촬영 당일, 화창한 날씨와 달리 내부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모델의 스케줄이 꼬이면서 촬영이 지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지수는 당황한 스태프들 사이를 오가며 상황을 파악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모델이 늦는다고요?"

촬영 감독이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예상보다 일정이 길어져서 늦게 도착한대요.

최소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수는 핸드폰을 꺼내 대체 모델 리스트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지금 이대로 기다리기엔 일정이 너무 밀릴 것 같아요.

빠르게 다른 모델을 섭외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이때 이선우가 촬영장에 들어섰다.

그는 이미 상황을 보고받은 듯 했다.

"대체 모델을 쓰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하는지 검토부터 해야 합니다."

지수는 조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일정이 계속 밀리면 프로젝트 전체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요.

적절한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선우는 단호하게 답했다.

"지금 무리하게 진행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장기적으로 신뢰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수는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촬영이 늦어지면 예산도 초과되고,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불만이 나올 거예요."

선우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고려해야 하죠."

촬영장은 일순 조용해졌다.

스태프들조차 두 사람의 대화를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지수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대표님, 이상적인 것만 생각하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지금 중요한 건 유연한 대처 아닐까요?"

선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유연함과 무책임함은 다릅니다. 계획 없이 움직이는 건 리스크가 큽니다."

지수는 그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

"그럼 아예 촬영을 미루자는 건가요?

이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오는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선우는 지수를 차분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기존 모델을 기다리는 게 더 안정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는 손을 허리에 얹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대표님은 진짜 모든 일을 원칙대로만 하시는군요.

하지만 때론 직감과 융통성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선우는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대처하려고 하지 마세요."

지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순간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촬영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억눌렀다.

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저렇지?’

결국 클라이언트 측과 협의한 결과,

기존 모델을 기다리는 방향으로 결정되었고,

촬영도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지만,

지수는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촬영이 마무리될 즈음,

지수는 선우를 보며 팔짱을 끼고 물었다.

"대표님,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선우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죠?"

"대표님은 원래 이렇게 뭐든 계획대로만 하세요?"

선우는 지수의 눈을 마주 보며 대답했다.

"계획 없이 움직이면 문제가 생깁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건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하죠."

지수는 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긴, 대표님한테 ‘즉흥적’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겠네요.

근데 사람 사는 게 늘 계획대로만 흘러가진 않잖아요?"

선우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짧게 대답했다.

"그래서 더 계획이 필요합니다."

지수는 선우를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표님은 항상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선우는 순간 말문이 막힌 듯 지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담담하게 답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다.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이는지도 가끔은 신경 써보세요."

선우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촬영장을 둘러보았다.

늘 논리적으로만 판단해왔던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었지만,

지수의 말이 묘하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날 밤, 지수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선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표님,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 판단이 맞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못한 선택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더라고요.

다음 프로젝트도 잘 부탁드립니다.]

보낸 후 바로 후회했지만, 취소할 수 없었다.

지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다음날 선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괜히 궁금해졌다.

5화: "대표님, 감정도 좀 써보세요."

5화: "대표님, 감정도 좀 써보세요."

광고 촬영이 끝난 후, 지수는 뭔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원칙대로 진행된 촬영이었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창의적인 감각은 부족해 보였다.

""아니 근데 당신 MBTI가 뭡니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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