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대표님, 감정도 좀 써보세요."

5화: "대표님, 감정도 좀 써보세요."

광고 촬영이 끝난 후, 지수는 뭔가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원칙대로 진행된 촬영이었지만,

그녀가 생각했던 창의적인 감각은 부족해 보였다.

결국, 지수는 팀원들과 상의한 끝에 선우 몰래 추가 촬영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예산 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짧은 감성 컷을 추가했고,

예상보다 훨씬 감각적인 결과물이 나왔다.

촬영팀도 만족했고, 클라이언트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선우가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모든 추가 촬영이 끝난 후였다.

선우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지수를 불렀다.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차분했지만, 책상을 짚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순간 사무실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한지수 팀장, 추가 촬영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보고 없이 진행했습니까?"

지수는 선우의 냉랭한 목소리에 잠시 움찔했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표님, 이번 컷이 광고의 감성적 요소를 훨씬 강화해 줄 거예요.

기존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선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지수를 바라봤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분명히 분노가 서려 있었다.

"팀장님, 회사의 전체 방향을 무시하고

개인적인 판단으로 움직이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고려해 보셨습니까?

도전은 좋습니다.

하지만 보고 없이 진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지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표님, 이런 도전이 없으면 창의적인 광고가 안 나온다고요!

감성이 살아 있어야 소비자들이 반응한다고요."

선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었지만, 분명히 억누른 감정이 묻어났다.

"지금 당장은 좋은 결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회사의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리스크 없는 창의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만약 이번 추가 촬영이 문제가 됐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죠?"

지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자신 있게 결정했던 행동이었지만,

선우의 논리적인 반박을 들으니

단순히 감정만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자, 선우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 광고는 단순히 한순간의 감성을 위해 제작하는 게 아닙니다.

브랜드의 방향성과도 맞아야 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수는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대표님, 감정이라는 게 꼭 비효율적인 건 아니잖아요?

감성이 살아 있으면 브랜드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도 있고,

소비자와의 거리도 좁아질 수 있어요."

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 부분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계획된 감성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기업 광고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정밀하게 조율된 전략의 일부여야 합니다."

지수는 답답한 듯 머리를 매만졌다.

"가끔은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잖아요.

완벽한 계획이 항상 완벽한 결과를 보장하는 건 아니니까요."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다음부터는 최소한 보고는 하고 진행하세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대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수는 선우의 타협적인 태도에 살짝 놀랐다.

이 정도로 단호한 사람이었다면 무조건 자신의 방식을 고집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현실적인 조율은 하려는 모습이었다.

선우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창의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없다면, 결국 감성도 전략도 의미를 잃게 됩니다."

지수는 선우의 말에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을 나서는 길, 지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냉정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융통성도 있네.'

그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선우를 다시 한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두 가지 방식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였다.

6화: "아니 근데, 당신 왜 이렇게 다정한 거죠? “

6화: "아니 근데, 당신 왜 이렇게 다정한 거죠? “

비는 예고 없이 내렸다. 낮부터 흐렸던 하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굵은 빗방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지수는 퇴근 후 사무실 앞에서 멍하니

""아니 근데 당신 MBTI가 뭡니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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