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사랑하는데 MBTI가 중요한가

8화: 사랑하는데 MBTI가 중요한가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 때,

지수와 선우는 어느새 완벽한 팀이 되어 있었다.

지수의 창의적인 감각과 직관,

그리고 선우의 철저한 분석과 논리가 조화를 이루면서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회의 중, 클라이언트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광고, 감성적인 요소와

논리적인 설득력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네요.

아주 훌륭합니다.”

지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선우를 힐끗 보았다.

선우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능한 직원과 함께 일한 결과죠.”

예전 같았으면 감성과 논리를 두고 끝없는 논쟁을 벌였겠지만,

이제는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며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날,

선우는 지수를 향해 말했다.

“한팀장님, 저녁 식사 같이 하시죠. 감사 인사도 드릴 겸.”

지수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

“대표님이 밥을 사신다고요? 이거 기록해 둬야겠네요.”

“기록하세요.”

선우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지수는 그 말에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레스토랑 안,

은은한 조명이 흔들리는 와인잔에 부딪혔다.

창가 자리엔 비 내리는 도시의 야경이 아른거렸고,

조용한 재즈 음악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수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대표님, 대표님이 평소에 이렇게 한가하게 술 마시는 날도 있나요?”

지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선우는 와인잔을 들고 지수를 바라봤다.

“거의 없어요. 근데 오늘은 예외입니다.”

“와, 영광인데요?”

지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를 지었다. 볼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었다.

선우는 피곤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지만, 지수의 표정을 가만히 살폈다.

술기운 때문인지 그녀의 눈빛은 더 깊어져 있었다.

선우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녀의 손가락을 흘끗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수는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대표님, MBTI 한 번 해보실래요?”

“또 그 얘기입니까.”

선우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수는 이미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었다.

“한 번만이요! 제가 직접 검사해 드릴게요.”

지수는 테이블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려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우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선우는 순간적으로 손끝이 굳어졌다.

화면을 응시하던 지수가 짓궂게 웃었다.

“대표님, 너무 심각하게 대답하는 거 아니에요?

이건 그냥 가볍게 하는 거라구요.”

“진지하게 답해야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하아… 역시 INTJ.”

지수는 화면을 보고 피식 웃었다.

“맞네, 나랑 완전 상극.”

선우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요?”

지수는 장난스럽게 웃다가도, 순간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우린 오래 못 간대요.”

선우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걸 우리 관계에 적용할 필요 있나요?”

지수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건 아니지만.”

둘 사이의 거리는 어느새 아주 가까워져 있었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선우는 조용히 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선우가 그녀에게 다가와 입을 맞췄다.

숨이 멎을 듯한 순간.

지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입술이 떨어지고, 선우가 조용히 지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지수야, 아직도 MBTI가 중요한 것 같아?”

""아니 근데 당신 MBTI가 뭡니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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