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사라진 첫사랑

1화: 사라진 첫사랑

한수경은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이며 그녀의 긴 흑단 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햇살이 비칠 때마다 그녀의 머릿결은 은은한 광택을 내며 반짝였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마치 조각상처럼 단정했고,

길고 우아한 속눈썹이 살짝 흔들릴 때마다 커다란 눈동자에 빛이 일렁였다.

그녀의 피부는 부드러운 도자기처럼 매끄러웠고,

담백한 복숭아빛 입술은 자연스럽게 곡선을 이루었다.

그녀의 시선이 머문 곳은 캠퍼스 한쪽,

농구대 앞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는 서동우였다.

동우는 언제나처럼 빛이 났다.

햇살을 머금은 듯한 살짝 웨이브 진 흑발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그의 얼굴선이 더욱 돋보였다.

곧은 콧날과 단정한 입술선, 짙고 날렵한 눈썹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동시에 주었다.

농구를 하며 살짝 흐른 땀방울이 그의 피부 위를 타고 흐르자,

마치 대리석처럼 단단한 얼굴선이 더욱 빛났다.

균형 잡힌 긴 팔다리와 넓은 어깨,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수경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멋지다.”

이 감정을 뭐라 정의해야 할까.

설렘과 행복,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까지 섞인 감정이었다.

동우는 언제나 그녀에게 빛과 같았다.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였다.

“한수경, 또 서동우 바라보는 중이냐?”

친구 지윤이 장난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수경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거든? 그냥 봤을 뿐이야.”

“그냥? 야, 네 눈에서 하트 나오는 거 안 보여? 내가 다 부끄럽다.”

지윤의 놀림에도 수경은 피식 웃었다.

사실 그녀도 부정할 수 없었다.

동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고, 이유 없이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도 자신을 바라봐 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봄날, 동우는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운동을 마친 후에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단정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눈앞에 섰다.

“기다렸어?”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수경은 작은 숨을 삼켰다.

그는 언제나 자연스러웠다. 마치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함께였던 것처럼.

“아, 아니. 그냥 마침 여기 있어서.”

“그래?”

동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힘이 있었다.

미소를 지을 때마다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며 순수하고 다정한 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날카롭고 깊은 눈매는 사람을 쉽게 빠져들게 했다.

“오늘 뭐 할 거야?”

“그냥… 특별한 일정은 없는데.”

“좋아. 그럼 나랑 같이 있을래?”

수경은 대답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소중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수경이 평소처럼 동우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던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대화창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마음에 연락처를 찾아봤지만,

그의 이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뭐야…?”

그녀는 동우의 기숙사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처음 보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죄송한데… 서동우 씨 어디 갔나요?”

“서동우? 그런 사람은 여기 산 적 없는데요.”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이 방이 맞아요.”

하지만 기숙사 관리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에는 그런 이름의 학생이 등록된 적 없습니다.”

그 순간, 수경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열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윤아, 서동우랑 연락돼? 혹시 어디 갔는지 알아?”

“…서동우? 누구?”

“뭐? 장난하지 마.”

“무슨 소리야? 그런 이름, 난 처음 들어보는데?”

전화가 끊기고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던 수경은 무작정 거리를 달렸다.

동우와 함께했던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와 함께 찍은 사진도, 그와 주고받았던 메시지도,

그와의 기억을 증명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한 적조차 없는 사람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동우야… 어디 있어…?”

수경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2화: 낯선 너, 익숙한 나

2화: 낯선 너, 익숙한 나

수경은 여전히 동우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그를 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나만 기억하는 거니? 첫사랑.""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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