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순수한 희생…이라니… 대체 뭘 의미하는 거죠?”
이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심지어 목숨까지도 내놓아야 한다는 뜻이지요.”
서연은 숨을 헐떡였다.
“그렇다면… 이 의식을 행하면… 죽는 건가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주… 높은 확률로.”
서연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안을 돕고 싶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안의 슬픈 눈빛을 보자, 그녀는 마음을 굳혔다.
“제가… 해볼게요.”
서연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이안은 깜짝 놀라 서연을 바라보았다.
“안 됩니다! 당신은…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당신을 구할 수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 할 거예요.”
서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안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연민이 담겨 있었다.
이안은 서연의 진심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서연을 사랑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저주 때문에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서연에게서 눈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나 같은 존재를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요.”
서연은 이안의 차가운 태도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그의 진심을 이해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것이었다.
서연은 용기를 내어 이안에게 다가갔다.
“알아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도…
하지만… 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서연의 단호한 말에 이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서연의 따뜻한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격렬한 갈등이 일고 있었다.
서연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
그리고 자신의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뒤섞여 그를 괴롭혔다.
그날 이후, 서연은 더욱 적극적으로 저주를 푸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밤낮으로 도서관과 인터넷을 뒤졌고, 고서적을 탐독했다.
이안 또한 서연을 도우려 했지만, 그녀가 위험에 처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어느 날, 서연은 고서적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저주를 푸는 의식에는 ‘순수한 희생’ 외에도 ‘진실된 사랑의 증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서연은 이안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진실된 사랑의 증표…라…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
이안은 고민에 잠겼다.
서연은 이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 그 자체가… 증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안은 서연의 말에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서연의 눈빛에서 자신을 향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령이었고, 서연은 인간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이안은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우리는… 이어질 수 없어요. 나는… 당신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서연은 이안의 손을 잡았다.
“알아요… 하지만…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서연의 고백에 이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서연을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자신의 차가운 몸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