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멈춰진 시간 속의 우리

5화: 멈춰진 시간 속의 우리


며칠 동안 서연은 몸져누웠다.

의식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이안은 곁에서 밤낮으로 그녀를 지켰지만,

유령인 자신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서연의 곁을 맴돌며 그녀의 이마에 내려앉은 식은땀을 바라보고,

창밖에서 불어오는 미약한 바람조차

그녀에게 해가 될까 조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연이 깨어났을 때,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이안이었다.

그의 눈에는 걱정과 안도, 그리고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괜찮아요… 이제 좀 나아졌어요.”

서연은 힘겹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안은 아무 말 없이 서연의 손을 잡았다.

비록 차가운 기운만이 전해졌지만, 서연은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이전보다 더욱 가까워졌다.

이안은 서연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었고,

서연은 이안에게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어느 날 오후, 서연은 이안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갔다.

비록 이안은 서연의 눈에만 보였지만,

서연은 마치 그와 함께 걷고 있는 것처럼 정원을 거닐었다.

“이안, 저기 봐요. 저 꽃들 정말 예쁘죠?”

서연은 붉게 핀 장미꽃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당신처럼… 아름다워요.”

이안은 서연의 말에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서연의 눈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서연은 이안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이안은 인간이었을 때 음악을 좋아했지만,

저주에 갇힌 이후로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서연은 이안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온 휴대용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주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정원에 울려 퍼졌다.

이안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감았다.

그는 마치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음악… 정말 좋네요.”

이안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이런 따뜻한 감정을 느껴보네요.”

서연은 이안의 말에 미소 지었다.

“이 음악을 들으니… 마치 당신과 함께 있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정원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록 육체적인 접촉은 없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 서연은 이안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었다.

이안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지만, 서연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준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이안, 이거 한번 봐요. 제가 만든 쿠키인데,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서연은 이안에게 쿠키를 내밀었다.

이안은 서연의 손에 들린 쿠키를 바라보았다.

그는 쿠키를 만질 수는 없었지만, 서연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서재에 앉아 함께 책을 읽었다.

서연은 이안에게 책 내용을 읽어주었고,

이안은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서연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안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는 서연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이처럼 두 사람은 고난 속에서도 함께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비록 저주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그 그림자를 뚫고 빛나고 있었다.

6화: 기울어진 밤의 멜로디

6화: 기울어진 밤의 멜로디

서연과 이안은 여러 날 동안 고서적과 마도서를 탐색하며 저주를 풀 새로운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 고대의 마법사들이 남긴 기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