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은 이안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다.
서연은 며칠 동안 의식을 잃었고, 이안은 그녀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에 절망하며, 과거의 자신을 저주했다.
인간이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강한 마법을 익혔더라면,
서연을 이렇게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을 텐데…
서연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쇠약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숨소리는 불안정했다.
이안은 그런 서연을 바라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이안… 괜찮아요… 저는…”
서연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아니요… 당신은 괜찮지 않아요.”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내 탓이에요. 내가 당신을… 이렇게…”
서연은 이안의 손을 잡았다.
그의 차가운 손에서 슬픔과 절망이 느껴졌다.
“이안… 당신 탓이 아니에요. 이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몰라요.”
서연은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운명이라는 단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서연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저주를 풀 방법을 계속 찾아다녔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그들은 고대의 기록들을 다시 한번 샅샅이 뒤졌지만,
저주를 완전히 풀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고, 서연의 몸은 점점 더 약해져 갔다.
이안은 초조함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는 서연의 곁에 있는 것조차 그녀에게 고통을 주는 것 같아 괴로웠다.
어느 날 밤, 두 사람은 서재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쏟아져 들어와 서재 안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이안…”
서연이 나지막이 이안을 불렀다.
“네… 서연…”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해요?”
서연은 아련한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연과 처음 만났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빛처럼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책을 읽었던 날, 정원을 산책했던 날, 음악을 들으며 행복했던 날…
그들의 기억 속에는 행복했던 순간들만이 가득했다.
“이안… 당신과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서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안은 서연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안타까움이 뒤섞여 있었다.
밤은 깊어지고, 두 사람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냈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어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들의 세계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새벽이 밝아오고,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서연은 이안을 바라보며 마지막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