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어지고, 서연과 이안은 서재에 앉아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드리워져 있었다.
비록 이안은 서연을 만질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있었다.
“서연…”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서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안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저는…”
“당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요.”
이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 때문에… 더 이상 고통받지 마세요. 부디… 이 저택을 떠나… 당신의 삶을 찾으세요.”
서연은 이안의 진심을 알기에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이 밝아오고, 서연은 짐을 챙겨 저택을 나섰다.
이안은 창가에서 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슬픔과 함께 서연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시간이 흘렀다.
서연은 이안과의 추억을 가슴에 묻은 채 자신의 삶을 살아갔다.
그녀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이안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그녀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서연은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서연은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의 눈에 오래된 저택의 사진이 들어왔다. 관광 안내 책자에 실린 사진이었다.
사진 속 저택은 과거 이안과 함께했던 그 저택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덩굴로 뒤덮인 외벽, 깨진 창문, 낡은 철문… 서연은 사진을 보며 숨을 멈췄다.
그녀의 머릿속에 이안과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처음 만났던 날,
함께 책을 읽었던 날,
정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날…
이안의 차가운 손, 슬픈 눈빛, 따뜻한 미소…
모든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조용히 속삭였다.
“얘들아… 옛날 옛날에… 아주 멋진 왕자님을 만났었단다…”
같은 시간, 이안은 여전히 저택에 남아 서연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는 서연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가 행복하게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 속에서, 그는 서연의 향기를 느꼈다.
저택의 정원은 여전히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했고,
서재에는 서연이 읽어주던 책들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이안은 서연과의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영원히 그녀를 기다릴 것이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시간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