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흘렀다.
황제의 냉대는 여전했고, 궁중 내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아리아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그녀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진실을 밝힐 무기가 있었다. 바로 그녀의 은밀한 일기였다.
깊은 밤, 아리아는 다시 서재에 앉았다.
촛불 아래 펼쳐진 일기장에는 지난 며칠간의 기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일기장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내려갔다.
아리아는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듯, 그녀는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폐하께서 쓰러지시기 전날 밤, 나는 대비 마마의 처소에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재상 류를 만났다.
그는 대비 마마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했다.
내가 다가가자, 두 분은 황급히 대화를 멈추셨지만…
나는… 두 분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아리아는 그날의 상황을 더욱 자세히 떠올렸다.
류 재상의 표정, 대비의 미묘한 시선 처리,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침묵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류 재상… 그는… 폐하의 외척이자, 조정의 실세 중 한 명이다.
그는… 항상 폐하의 곁을 지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지만…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빛은… 항상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깊고 차가웠다.’
아리아는 류 재상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일기에 적었다.
아리아는 용의자의 특징을 기록하듯, 류 재상의 행동과 태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날 밤… 대비 마마의 처소에서…
평소에는 맡아보지 못했던… 독특한 향이 났다.
마치… 쓴 약초와… 꽃 향기가 섞인 듯한… 그런 오묘한 향이었다.’
아리아는 황제가 쓰러졌을 때 찻잔에서 맡았던 낯선 약초 향을 떠올렸다.
그녀는 일기 속 기록들을 연결하며,
두 사건 사이에 숨겨진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폐하께서 쓰러지신 날 아침…
나는 폐하의 처소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붉은 꽃잎 몇 장을 발견했다.
그 꽃은… 대비 마마의 후원에서만 피는… ‘혈화’였다.
그 꽃잎이… 왜 폐하의 처소에 있었을까?’
아리아는 일기장을 넘기며 다른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은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으려 날카롭게 움직였다.
‘폐하께서 쓰러지시기 전날… 폐하께서는… 평소와 달리… 식사를 거의 하지 않으셨다.
폐하의 식사를 담당하는 궁녀의 말에 따르면… 폐하께서는… 유독… 차를 많이 드셨다고 한다.
그 차는… 대비 마마께서… 직접… 폐하께… 선물하신 차라고 했다.’
아리아는 일기 속 모든 기록들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류 재상과 대비의 수상한 만남,
대비의 처소에서 나던 낯선 향, 황제의 처소에서 발견된 혈화,
그리고 대비가 황제에게 선물한 차… 모든 것이 하나의 점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만약… 폐하께서 드신 차에… 독이 들어 있었다면…
그 독은… 대비 마마의 처소에서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류 재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리아는 일기에 자신의 추론 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마치 셜록이 자신의 추리 과정을 설명하듯, 그녀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증거는 없다.
찻잔에서 발견된 가루를 분석해 봐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류 재상과 대비의 관계를… 더욱 자세히 조사해야 한다.’
아리아는 일기를 덮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고독하게 진실을 파헤쳐야 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오직 자신의 지혜와 일기만을 의지하여…
‘나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씌워진 누명을 벗을 것이다.’
아리아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강렬하게 빛났다.
간결하면서도 강한 의지가 그녀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일기라는 무기를 들고, 고독하지만 멈추지 않는 진실 추적을 계속할 것이었다.
아리아는 조용히 일기장을 숨겼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밤은 깊어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의 희망과 같은 작은 불씨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 어둠 속에서, 진실이라는 한 줄기 빛을 찾아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