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얼어붙은 시선

1화: 얼어붙은 시선

깊고 어두운 밤, 황궁의 가장 깊숙한 곳, 황후의 처소는 냉랭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화려한 장식과 값비싼 가구들이 즐비했지만, 그 모든 것은 차가운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촛불만이 간신히 어둠을 밝히고 있는 서재 안, 황후 아리아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가지런히 놓인 양피지 묶음과 깃펜, 그리고 잉크병이 놓여 있었다.

아리아의 시선은 창밖 어둠을 향해 있었다.

밤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달빛조차 새어 들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현재 상황을 반영하는 듯,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어둠만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잠시 후, 아리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책상으로 돌렸다.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깃펜을 집어 들었다. 잉크에 펜촉을 적신 후,

그녀는 망설임 없이 양피지 위에 글자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오늘, 또다시 폐하의 차가운 시선을 느껴야 했다.

아니, 차갑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이 심장을 겨누는 듯한, 그런 냉랭함이었다.’

아리아의 필체는 정갈하고 냉정했다.

마치 사건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감정의 동요 없이 객관적인 사실만을 기록하려는 듯했다.

그녀의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며칠 전부터 나를 멀리하고 계신다.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시고,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으신다.

이유를 알 수 없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이 폐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아리아는 잠시 펜을 멈추었다.

그녀의 눈빛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차분히 상황을 분석하고 추리하기 시작했다.

‘폐하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3일 전, 사냥 대회 이후였다.

그날, 폐하께서는 사슴을 사냥하시다 손에 작은 상처를 입으셨다.

나는 폐하의 상처를 직접 치료해 드리고자 했지만, 폐하께서는 냉담하게 거절하셨다.

마치… 나의 손길을… 불결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피하셨다.’

아리아는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회상했다.

황제의 표정, 말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까지,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뛰어난 관찰력은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았다.

‘그날… 이상한 점이 있었다.

폐하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근위대장, 카이렌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폐하께서는 카이렌과 짧게 눈빛을 주고받으셨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리아는 일기에 그날의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녀의 글에는 감정적인 표현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었다.

마치 객관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시간, 장소, 인물,

그리고 사건의 전말을 정확하게 기록하려 노력했다.

‘폐하의 트라우마… 그것은 내가 황후가 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폐하께서는 어린 시절,

왕위를 둘러싼 치열한 암투 속에서 가장 가까웠던 이의 배신을 목격하셨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로, 폐하께서는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셨다고 한다.

특히… 권력과 가까운 사람들을… 더욱 경계하신다고 한다. 황후인 나 역시…

그 경계의 대상 중 하나일 것이다.’

아리아는 다시 펜을 들었다.

그녀의 표정은 더욱 냉정해져 있었다.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수학자처럼,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나는 결백하다. 나는 폐하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으며,

왕국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나는 폐하의 불안을 이용하여 권력을 탐하려는 자들과는 다르다.

나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폐하의 오해를 풀고,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아리아는 일기를 쓰는 행위가 매우 위험한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일기가 발각될 경우, 그녀는 더욱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은밀한 기록은 그녀의 결백을 증명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나는… 이 은밀한 일기를 통해… 진실이라는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갈 것이다.

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현명한 사냥꾼처럼…’

아리아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양피지 묶음을 조심스럽게 덮고, 은밀한 곳에 숨겼다.

그녀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굳건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고독 속에서, 오직 자신의 지혜와 일기만을 의지하여

진실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시간은 늦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의 희망과 같은 작은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2화: 가짜 미소, 감춰진 진심

2화: 가짜 미소, 감춰진 진심

화려한 궁중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린은 다른 후보들과 함께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겉으로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후보들과 어울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