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황제의 사냥감

2화: 황제의 사냥감

황궁의 거대한 성문이 열리자,

제국군이 이끄는 마차가 안으로 들어섰다.

포로가 탄 마차였다.

무거운 쇠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차 안, 레온 카르딘은 손목에 채워진 족쇄를 느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높은 성벽, 위압적인 건축물, 그리고 무표정한 병사들.

이곳이 바로 적국의 심장부, 황제 시엘 아르카디아가 다스리는 제국의 황궁이었다.

마차가 멈추자, 병사들이 레온을 끌어내렸다.

그는 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자신이 이곳을 정복하러 온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을 에워싼 대신들과 장군들의 눈빛은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

“폐하, 이 자를 즉시 처형해야 합니다.”

한 대신이 목소리를 높였다.

“반란군의 왕세자를 살려두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그의 목을 치는 것이 옳습니다.”

대신들이 일제히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들의 눈빛은 경멸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조용한 사람은 황제 시엘이었다.

그는 천천히 왕좌에서 일어나 레온을 향해 걸어갔다.

시엘은 조용히 레온의 앞에 섰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부딪혔다.

“이들이 네 목숨을 원하고 있다.”

레온은 피식 웃었다.

“네 황궁의 정치란 참 단순하군.”

주변 대신들이 거칠게 반응했지만, 시엘은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하지만 난 네 목숨을 끊을 생각이 없다.”

순간, 궁 안이 조용해졌다.

대신들의 표정이 당혹스럽게 변했다.

“폐하?”

“레온 카르딘을 내 곁에 두겠다.”

시엘의 선언은 황궁을 뒤흔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십니까?!”

대신들이 반발했지만, 시엘은 단호했다.

“그를 감옥에 가두는 대신, 내가 직접 감시하겠다.”

시엘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 내가 직접 길들일 것이다.”

레온은 조소를 머금은 채 시엘을 바라보았다.

“네가 날 길들인다고?”

시엘은 미소 지었다.

“네 자존심이 꺾이는 날을 기대해라.”

레온은 황궁의 한쪽에 마련된 거처로 옮겨졌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궁전'이라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창살로 둘러싸인 감옥 같은 방.

화려한 궁전과 달리 차갑고 딱딱한 석벽, 얇은 침구와 작은 창 하나가 전부였다.

레온은 조용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투지가 서려 있었다.

마치 갇혀 있는 사자가 기회를 엿보듯.

“너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방이다.”

방 문이 열리며 시엘이 들어왔다.

여유로운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 레온은 그를 노려보았다.

“이게 네가 말한 ‘곁에 둔다’는 뜻인가?”

시엘은 천천히 걸어가 창살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너를 자유롭게 둘 수도 있었지. 하지만 넌 위험한 포로다.”

레온은 빈정거렸다.

“그럼 차라리 날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

“네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널 살려두지 않았겠지.”

시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네가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레온은 피식 웃으며 침대에 몸을 기댔다.

“그러면 실망할 거다. 난 쉽게 부러지는 사람이 아니니까.”

시엘은 천천히 다가와 레온을 내려다보았다.

“네가 그렇게 말할수록, 난 더욱 네 자존심을 꺾고 싶어지는군.”

그의 목소리에는 위험한 기운이 감돌았다.

“기대해라, 레온 카르딘. 네가 나에게 길들여지는 순간을.”

레온은 황제의 도발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날카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가 내게 길들여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시엘?”

황제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다시 차가운 미소가 그의 입술을 장식했다.

이것은 단순한 황제와 포로의 관계가 아니었다.

그들의 위험한 게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3화: 사슬을 끊으려는 자

3화: 사슬을 끊으려는 자

밤이 깊었다. 황궁의 복도에는 희미한 등불만이 깜빡이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차가운 감옥 같은 방 안에서 레온은 창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왕의 포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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