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사슬을 끊으려는 자

3화: 사슬을 끊으려는 자

밤이 깊었다.

황궁의 복도에는 희미한 등불만이 깜빡이며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차가운 감옥 같은 방 안에서 레온은 창살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응시했다.

달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 순간,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발소리는 규칙적이고 느긋했다.

“아직도 깨어 있군.”

낯익은 목소리. 황제 시엘이었다.

그는 손에 와인잔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레온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네가 잠을 설치든 말든, 내 관심사는 아니다.”

시엘은 천천히 걸어와 창살 앞에 섰다.

“네가 이 감옥에서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 내심 궁금했다.”

레온은 피식 웃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애원이라도 해 줄까? 아니면, 무릎이라도 꿇어줄까?”

시엘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는 와인잔을 한 모금 마시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넌 싸우는 법을 너무나 잘 아는 자니까.”

레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엘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그렇다면 너도 알겠지. 나는 이 감옥에서 사라질 방법을 반드시 찾아낼 거라는 걸.”

황제는 여유롭게 웃으며 창살을 두드렸다.

“흥미롭군. 하지만 너의 자존심이 얼마나 오래갈지 보자고.”

그의 손짓에 따라 문이 열렸다.

“따라와라.”

레온은 경계하며 그를 따라나섰다.

복도를 지나 커다란 문이 열리자,

화려한 연회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황금 샹들리에가 빛나는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식탁이 놓여 있었다.

음식과 술이 가득한 그곳에서 귀족들이 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를 내 곁에 두겠다고 했지.”

시엘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늘부터 넌 황궁에서 ‘황제의 손님’으로 지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초대가 아니라는 것을 레온은 알고 있었다.

연회에 참석한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레온을 향했다.

조롱과 경멸이 뒤섞인 표정들이었다.

한 귀족이 나지막이 말했다.

“폐하께서 저런 자를 옆에 둔다고?”

“포로에게 이런 대우를 해 주시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시엘은 잔을 기울이며 담담히 말했다.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내가 정한 일이니까.”

레온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당당하게 앉았다.

“나를 황제의 ‘손님’으로 부르는 건 네 마음이지만, 난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거다.”

시엘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읽을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다.

궁정에서는 레온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점점 퍼지며,

정치적 파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여러 세력들은 그를 이용하려 하거나,

혹은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레온은 단순한 정치적 도구로 남아있을 생각이 없었다.

레온은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계획은 황제의 철저한 감시망에 걸려 실패로 끝났다.

도망치려던 그의 손목에 다시 차가운 족쇄가 채워졌다.

“도망치려는 건가?”

시엘이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목소리는 여유로웠지만, 눈빛에는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레온은 이를 악물었다.

“네 감옥에서 썩어갈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시엘은 한 걸음 다가와 그의 목덜미를 단단히 잡았다.

“너는 내 것이다, 레온. 내 허락 없이는 어디도 갈 수 없어.”

레온은 그의 손을 밀어내며 쏘아보았다.

“네가 원하는 건 나의 굴복이냐, 아니면 내 진심이냐?”

시엘은 그 대답을 아직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레온을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날 밤, 시엘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레온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단순한 반항 이상의 것이란 걸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와 포로 사이의 경계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4화: 황제를 유혹하는 포로

4화: 황제를 유혹하는 포로

궁정의 음모가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시엘은 레온을 하나의 말로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레온 역시 순순히 끌려갈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철저하게 시엘의

"왕의 포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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