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피할 수 없는 선택

8화: 피할 수 없는 선택

반란군과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황궁 안은 조용했지만, 그 침묵 속에는 불안과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시엘은 긴 의자에 앉아 테이블을 두드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폐하, 반란군이 공식적으로 협상을 요청해 왔습니다.”

대신이 조심스레 보고하자, 시엘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입을 열었다.

“조건은?”

“왕세자 레온 카르딘의 안전 보장과 석방입니다.”

그 말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대신들은 술렁였고, 시엘은 손에 힘을 주었다.

레온을 돌려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그는 반란군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고, 황궁에 두고 있는 이상 정치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시엘의 가슴속 어딘가에서 거센 거부감이 일었다.

“네놈들이 감히 협상을 요구하다니.”

시엘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빛은 차가웠다.

“레온은 내 포로다. 그가 어디에 있을지는 내가 결정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이유가 아니었다.

그는 레온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황궁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다.

며칠 후, 레온은 황궁 회의실로 불려갔다.

“반란군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시엘은 무심한 듯 말했다.

“너를 돌려보내는 것이 적절한 선택일지도 모르지.”

레온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면 처음부터 날 가두지 말았어야지.”

시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네가 떠나고 싶다면, 그리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레온은 그 미묘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너를 원한다고 해도, 내 왕좌까지 내줄 수는 없어.”

시엘은 결코 왕으로서의 의무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온을 보내는 것 또한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었다.

레온은 한숨을 쉬며 시엘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게 네 한계겠지.”

황제와 포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하지만 이제 둘의 관계는 더 이상 단순하지 않았다.

그날 밤, 레온은 조용히 황궁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러나 시엘이 그를 그냥 보내줄 리 없었다.

레온이 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강한 손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차가운 촛불 아래에서 시엘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가지 마.”

그 한마디에 레온은 숨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려, 황제를 바라보았다.

시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레온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 손을 뿌리치고 가라.”

레온은 시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시엘의 손목을 감쌌다.

“넌 항상 날 네 뜻대로 하려 하지.”

시엘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감정이 얽혀드는 순간이었다.

“넌 내 포로다.”

그 말 속에 담긴 감정을 레온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감정을 믿을 수 있을까?

황궁의 밤은 깊어갔다. 창밖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고,

촛불이 흔들리며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시엘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레온 역시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었다.

레온의 심장은 거칠게 뛰었다.

시엘의 손길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떨림을 알아챘다.

이건 단순한 소유욕이 아니었다. 시엘 역시 그걸 알고 있을 터였다.

“시엘.”

레온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시엘은 그를 똑바로 응시했지만, 미세한 흔들림이 그 안에 있었다.

“내가 떠나면 넌 후회할까?”

시엘은 단숨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처음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게 되었다.

“후회 같은 감정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레온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속삭였다.

“거짓말.”

그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황궁의 깊은 밤, 모든 것이 달라지고 있었다.

9화: 황제의 결단

9화: 황제의 결단

전쟁의 불길이 다시 치솟았다. 반란군과 제국군 사이의 긴장이 극에 달했고, 결국 양측은 피할 수 없는 결전을 앞두고 있었다. 황궁의 공기는

"왕의 포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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